아시아경제가 '김주애 후계'를 보도한 것은 지난 2월 19일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과의 인터뷰([소종섭의 속터뷰]정성장 "김주애 후계자 내정된 것 확실")를 통해 맥락을 짚었다. 당시 정 실장은 "김정은은 김정일을 반면교사 삼아 후계자를 일찍 공개했다"고 단언했다. 북한의 각종 문헌과 과거 사례를 분석해보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10개월이 흐른 지난 6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이를 확인했다.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딸을 지속해서 부각하는 것은 세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다소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정은 자신이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권력을 이양받는 데 준비 과정이 짧았다. 그런 것들을 고려해 조기 등판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북한 전문가'들이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 뿐 '김주애 후계'를 보여주는 징후는 계속 있었다. 우선 노동신문에서 김주애 앞에 '존귀하신'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정숙에게만 붙였던 수식어다. 열병식 참가자들이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칠 때는 김주애의 얼굴을 화면에 띄웠다. 김주애가 등장한 19번 중 16번이 군사 활동이었다. 게다가 의전 수준이 계속 높아져 군사령관들이 김주애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재작년에 북한은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1비서 자리도 새로 만들었다.
한때 김주애는 둘째고 남자인 첫째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김주애가 첫째고, 성별이 확인되지 않은 둘째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판단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주애는 김정은의 이미지를 순화하기 위한 들러리다"라는 식의 분석은 힘을 잃는다. 첫째인데다 김정은을 빼닮았다는 성격, 최근 보인 행보 등은 김주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이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데리고 나타난 곳은 대부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 같은 공격적인 장소였다. 대남정책이 앞으로도 강경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핵과 미사일 개발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북한이 2030년대 말까지 핵탄두 300개를 보유하는 중견 핵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한국국방연구원 발표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 정도면 북한이 자위권 차원에서의 핵무장을 넘어 핵으로 국제 사회를 강력하게 압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남 공세를 강화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황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몇 년 안에 논쟁과 선택의 회오리에 말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가? 아니라면 한미 간 확장억제를 어느 수준으로,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는가? 등이다. 아직은 전면화하지 않았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문제, 제기될 문제임은 분명하다.
마냥 미국을 믿고 있는 것도 불안하다. 지난 10월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50%)만이 북한이 한국을 침공했을 때 미국이 방어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2015년(47%) 이후 최저치다. 공화당 지지층의 경우 더 낮았다. 여론은 언제 바뀔지 모르고 그에 따라 집권 세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그 방법과 치밀한 외교력이다. 과연 우리는 북한만큼 목표를 뚜렷이 하고 자강(自强)을 하고 있는가.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