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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배우고 30년 만에 딸과 대화해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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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2023 수어교육' 수강생들 열기 후끈

장애인 어려움 직접 체감…"배려없는 사회 아쉬워"

"정보 차별 해소 인식 개선 등 지원 필요" 입 모아

"수어를 배우고 늦게나마 청각장애를 가진 딸과 30년 만에 진짜 대화를 할 수 있게 돼 너무 뿌듯합니다."


"수어 배우고 30년 만에 딸과 대화해 정말 좋습니다" 11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 한 카페에서 '2023 수어교육'이 진행돼 수강생들이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사진= 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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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 한 카페. 16명의 단체 손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마치 한 명도 없는 듯 고요하기만 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만 들렸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들은 공부하고 있었고,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손과 몸짓, 표정으로.


광주 남구가 추진한 '2023 수어교육' 수강생 15명이다. 말은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의 대화는 수어로 진행됐다. 수어를 더 빨리 익숙하게 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농인들의 삶을 더 공감해보기 위해서다.


이들은 강사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한동작 한동작 성실히 따라야 하며 몸이 기억할 수 있게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지난달부터 매주 1회씩 모여 수어교육에 참석한 수강생들은 이날 5회차 수업에 교실이 아닌 인근 카페로 나왔다. 그동안 배워온 수어로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해 봤지만 직원이 알아듣지 못하자 멋쩍게 웃으며 말로 주문했다.


이날 배운 수어는 '내일 몇시에 만날까요', '오늘 여행은 몇 시에 출발하나요', '회의는 몇 시에 하나요', '저녁 식사는 몇 시에 하나요' 등 이었다.


특히 수어가 통하지 않았을 때 농인들이 선택할 길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수강생들은 입을 모았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수어는 모국어고 한글은 '제2 외국어'다. 그렇다 보니 직원이 없어지고 키오스크가 늘고 있는 요즘 농인들이 느낄 불편은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씨로 적어가면서 대화를 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수어사용 실태조사' 결과, 청각장애인의 26.9%가 문자(필담)를 전혀 또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응답자도 42.6%로 농인들 상당수가 '문맹'이란 얘기다.


목포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최근 퇴직한 이권일(62)씨는 수어교육에 참석한 뒤로 딸과 짧게라도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그동안 청각장애를 가진 딸에게는 입 모양을 보고 해석해 음성언어로 직접 소리 내 말하게 하는 '구화'만이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했기에 소통의 한계가 있었다"며 "수어교육을 들으며 짧은 문장이나 단어일지라도 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회에서 장애인들에게 생활체육을 지도하고 있는 윤 모(37)씨는 청각장애인들을 교육할 때 느낀 언어의 장벽을 부수기 위해 수어교육에 참여했다고 한다.


윤씨는 "처음엔 수어가 외국어 같고 어렵게 느껴져 늘 겁만 냈었다"면서 "수어교육을 받은 뒤 청각장애를 가진 수강생들에게 간단하더라도 수어를 했을 때 그들이 큰 감동을 받는 것을 보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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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광주 서구 농아인쉼터 센터장은 "농인들이 보기에는 신체적으로 건강해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이 느끼는 불편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며 "특히나 문맹률이 높은 청각장애인들이 느끼는 정보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선 꾸준한 인식개선과 수어 사용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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