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전조증상 파악한 경찰관
"어르신에게 감사 인사 들었어요"
한 경찰관이 어르신의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보고 뇌출혈 전조 증상임을 파악해 도움을 준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에는 '걸음걸이가 이상한 어르신, 이거 혹시'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파주시 한 도로에서 60대 A씨의 역주행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음주 측정 결과,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A씨가 어눌한 말투를 사용하고, 차 안에서 약이 다수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해 마약 투약 정황을 의심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위해 A씨를 파주경찰서 탄현파출소로 인계했다.
파출소 도착 후 A씨의 동의를 얻어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했지만, 마약 성분 역시 미검출됐다. A씨가 소지하고 있던 약은 혈압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음주·마약 등의 의심에서 해소된 A씨를 귀가 조치시키려 했다. 그러나 당시 파출소에 있던 이봉준 경위는 A씨를 유심히 관찰한 후, 그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에 이 경위는 A씨에게 "한번 걸어보시겠어요?"라고 말했고, A씨는 똑바로 걷지 못하며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경위는 뇌출혈 전조 증상을 의심하며 119에 전화했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에게 A씨의 증상을 설명했다.
이 경위는 "형사 시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뇌출혈 증상이 있으면 뇌에 피가 고여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A씨의 눈이 조금 나와 있는 게 느껴졌고 똑바로 걸어보라고 하니까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119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뇌출혈 판정을 받았지만, 조기 발견으로 입원 치료 후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위는 "(의사가) 경찰관이 사람을 살렸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어르신과 가족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한편 뇌졸중에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이 있다. 이 같은 뇌졸중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에 이르거나 뇌 손상으로 인한 심각한 장애가 남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는 ▲편마비 ▲감각 이상 ▲극심한 두통 ▲시력 저하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말이 어눌해짐 등이 있는데, 이 경우 지체 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보통 뇌졸중 골든타임을 3~4시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병원 도착 후 검사를 위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실제 이보다 더 빠른 1시간 내 병원 도착이 중요하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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