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생성형AI '붐' 타고 실적 고공행진
사실상 GPU 독점 공급 체제
대체재로 'AI반도체' 부상
AI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AI 연산처리의 핵심인 GPU(그래픽처리장치)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AI반도체가 대체제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분야에 투자를 늘리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일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실적 데이터를 보면 올해 1분기 71억90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월가 전망치(65억2000달러)를 큰 폭 웃돌았다. 특히 2분기 매출액은 1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자체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71억5000달러)를 50% 이상 웃돈 수치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폭등세를 보였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섰다. 그동안 뉴욕증시에서 시총 1조달러를 달성한 곳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4곳에 불과했다. 반도체 기업이 시총 1조달러 글럽에 이름을 올린 것은 엔비디아가 처음이다.
엔비디아 볼타
이러한 엔비디아의 양적 성장은 챗GPT로 촉발된 AI 붐이 큰 역할을 했다. AI 연산처리에는 통상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쓰이는데, 엔비디아가 9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23일 WSJ CEO 카운슬 서밋에서 "GPU는 마약보다도 훨씬 구하기 힘들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업계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AI반도체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초전력으로 실행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기존에는 두뇌 역할을 CPU(중앙처리장)와 GPU가 담당해왔다. 그래픽처리와 AI 연산이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GPU가 AI용으로 사용돼 왔다.
챗GPT의 등장 이후 AI서비스가 일상 생활과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대되고 처리할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GPU에만 의존하기에는 높은 가격과 전력 사용량으로 인한 운영비가 부담될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AI반도체는 대규모 연산에서 GPU보다 소비 전력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대체재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AI 반도체 시장 규모를 지난해 444억달러(약 43조원)에서 2026년 861억달러(약 87조원)로 두 배가량 뛸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시스템 반도체 중 30% 이상을 AI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에 국내 기업들도 AI반도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AI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피온'을 설립했다. 최근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을 통해 첫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AI 기반 영상 화질을 개선하는 방송 장비에 탑재하며 첫 상용 서비스에 나서는 등 사업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4월 GS그룹, 대보그룹으로부터 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투자에서 약 5000억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으며, 지난해 법인 설립 당시 800억원에서 1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지난 25일 MBC에 공급하는 영상 화질 향상을 위한 방송 장비에 사피온 반도체 X220을 탑재, 서비스 상용화 소식도 알렸다. 사피온 반도체는 이미 NHN 데이터 센터, 캐나다 토론토 대학 내 NPU팜 등 다양한 분야에 시범적으로 적용돼 왔으나, 이번 방송 장비 탑재를 통해 실질적인 상용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KT도 초거대 AI 서비스 '믿음(MIDEUM)'을 올 상반기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적용할 AI반도체 회사로 리벨리온을 일찌감치 낙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KT는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투자한 금액을 AI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밖에 신경망처리장치(NPU) '워보이'를 출시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고, 네이버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AI반도체 개발 협력을 발표하며 GPU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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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이 시기에 GPU 공급을 사실상 한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 구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시장 재편으로 GPU보다 효율성이 높은 AI 반도체에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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