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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보 하루천자]"6㎞ 걸어서 출근, 코펜하겐에선 거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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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코펜하겐을 가다①
탄소 중립 향한 사람 중심 인프라

보행자 전용 거리 '스트뢰게트'
보행·자전거 전용 다리 '인더하벤스브로엔'
400㎞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 도로 등 갖춰

[하루만보 하루천자]"6㎞ 걸어서 출근, 코펜하겐에선 거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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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 사는 50대 여성 소피 라슨(Sofie Larsen)씨는 매일 걸어서 출퇴근한다. 그가 사는 아마게르에서 직장이 위치한 헬레룹까지의 거리는 무려 6㎞에 달한다. 한번 걸어가는 데 1시간 15분가량 걸리니 하루에 통근 시간으로만 2시간 반을 쓰는 셈이다. 덕분에 그의 하루 걸음은 2만보를 가볍게 넘는다.

[하루만보 하루천자]"6㎞ 걸어서 출근, 코펜하겐에선 거뜬해요" 사람들과 하늘이 한데 어우러져 풍경을 만들어내는 코펜하겐 스트뢰게트 거리 전경. [사진=이춘희 기자]

라슨씨는 “10년 전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걸 알게 된 후 걸어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며 “웨어러블 기기로 맥박이나 심박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면서 걸을수록 건강이 좋아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하자 그는 “환경의 차이가 크지 않겠느냐”며 “덴마크, 특히 코펜하겐은 걷기에 '판타스틱'한 인프라를 가진 만큼 쉽게 걷고 많이 걸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라슨씨의 말처럼 코펜하겐은 2015년 비영리단체 '워크21(Walk21)'이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the Most Walkable City)'로 꼽을 정도로 보행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보행자 전용 거리인 '스트뢰게트(Strøget)'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행·자전거 전용 다리, 도시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는 자전거 전용 도로다.


[하루만보 하루천자]"6㎞ 걸어서 출근, 코펜하겐에선 거뜬해요" 소피 라슨씨가 보행·자전거 전용교인 인더하벤스브로엔(Inderhavnsbroen)을 걸어 퇴근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서 시작해 콘겐스 뉘토르브 광장까지 이어지는 스트뢰게트는 '걷기 좋은 도시' 코펜하겐의 시작을 알린 곳이다. 덴마크어로 '산책'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에서 따온 이름답게 1962년 덴마크 최초로 보행자 전용 거리가 된 곳이기 때문이다.


스트뢰게트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코펜하겐을 보행·자전거 친화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핵심이다. 코펜하겐시는 당시 자동차 급증으로 몸살을 앓던 코펜하겐에 대한 대대적 개조에 들어갔다. 걷기 좋은 코펜하겐을 위해 보행자 경관과 함께 보호, 편안함, 즐거움을 기준으로 보행자가 다양한 환경을 볼 수 있도록 도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스트뢰게트의 보행자 전용 거리 전환은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환경 피해가 줄고 관광 수입 증가, 도심 경제 활성화 등의 장점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 하에 이뤄진 이 판단은 1967년까지 코펜하겐 도시 내 평균 보행자 수가 40%나 급증하는 등 효과가 실제로 입증되면서 한시적 도입을 넘어 영구 지정으로까지 나아가게 됐다.


직접 걸어 본 스트뢰게트 거리는 걷기 편해 다양한 사람들은 물론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로 넘쳐날 뿐 아니라 다양한 경치를 느낄 수 있었다.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이 아닌 조금씩 굽이치는 거리로 만들어 다양한 시각적 여유를 제공하고, 고도 제한으로 최고 6층가량밖에 안 되는 건물 높이 덕에 걷는 내내 하늘이 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조금 다시 시야를 내리면 거리 양옆으로는 코펜하겐과 덴마크를 대표하는 '일룸 백화점'과 '레고', '로열 코펜하겐',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등 다양한 상점들이 공존하며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코펜하겐 도시 계획의 정수가 스트뢰게트 거리에 담긴 셈이다.


[하루만보 하루천자]"6㎞ 걸어서 출근, 코펜하겐에선 거뜬해요" 덴마크 코펜하겐의 보행·자전거 전용 다리 인더하벤스브로엔을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또 다른 걷기 좋은 도시 코펜하겐의 핵심인 보행·자전거 전용 다리들은 셸란섬과 아마게르섬으로 나눠진 코펜하겐을 하나로 잇는 가교다. 이 중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인더하벤스브로엔(Inderhavnsbroen) 다리는 라슨씨의 원활한 통근을 돕는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만약 이 다리가 없었다면 라슨씨는 1㎞ 이상을 돌아 차량이 함께 다니는 일반 다리로 바다를 건너야 한다. 덴마크의 퇴근 시간인 4시께가 되자 사람들과 자전거들이 쉴 새 없이 인더하벤스브로엔 위를 오갔다. 이처럼 코펜하겐에는 곳곳에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코펜하겐의 인프라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서도 함께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시내 한복판에 1000대도 넘게 주차할 수 있을 법한 대규모 자전거 주차장이 마련돼 있는가 하면 코펜하겐 시내에만 400㎞가 넘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로에서나 볼 법한 전용 신호등과 전용 좌회전 차선까지도 마련돼 있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코펜하겐 시내의 자전거 수는 65만7000대로 자동차(12만대)의 5.5배에 달한다.



코펜하겐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을 고려한 시도다.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탄소 중립 도시로 변모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17년 문을 연 스키장이 있는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 등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가운데 자동차 사용을 줄여 자전거 이용률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보행자와 자전거가 우선시되는 지속 가능한 도시가 코펜하겐이 꿈꾸는 미래다.


[하루만보 하루천자]"6㎞ 걸어서 출근, 코펜하겐에선 거뜬해요" 코펜하겐 시내 노레포트역 인근에 마련된 대규모 자전거 주차장. [사진=이춘희 기자]



코펜하겐=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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