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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실태추적]⑩ 나쁜 임대인 척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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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바야흐로 '전세사기와의 전쟁:나쁜 임대인 척결시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전세사기 등 민생 위협 범죄에 일벌백계로 대응하라"며 경찰에 전담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즉시 전세사기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했다. 전쟁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전세사기는 여전히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적 재난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찾기 어려운 전세 제도의 폐단이 우리 사회 일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전세사기 실태추적]⑩ 나쁜 임대인 척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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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기'로 빌라 628채… 수십억 편취 78명 검거 =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무자본 갭투기'로 다세대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여 전세 보증금 수십억원을 편취한 일당 78명을 검거했다. 이들 78명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다세대 주택 628채를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매수해 임차인 37명의 전세 보증금 80억원을 속여 빼앗은 혐의(사기)를 받는다. 무자본 갭투기란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수법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신씨는 건축주 등 건물 소유자에게 매수인을 연결해주는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차려 김씨와 공모해 신축 빌라 등 다세대 주택 총 628채를 모두 김씨 명의로 매수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계좌 내역을 분석해 이 과정에 참여한 전세 컨설팅업체 관계자, 분양업자(브로커) 등 7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이들은 각각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서 작성 등 역할을 분담해 전세·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도인에게 분양·컨설팅 대가로 받은 수수료를 나눠 가졌다. 이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취득한 불법 수익은 총 8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매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임차인이 낸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한 탓에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컨설팅 수수료 등 리베이트 금액을 포함해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이 보증금만으로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백화점식 쇼핑'… 돌려막기로 수백 채 무차별 매수 = 한 부동산 로펌 소속 변호사는 "갭투기로 무분별하게 집을 사들이는 사람들의 말로는 되게 비슷하다"며 "돌려막기를 반복하다 결국은 망해서 형사 법정에 서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접수되는 전세사기 사건은 대부분 갭투기 형식이다. 보증금 반환 의사나 능력 없이 주택을 적게는 수십 채, 많게는 수백 채 이상을 쇼핑하듯이 무차별적으로 매수한다.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 후속 임차인 부재, 세제 개편에 따른 종부세 부담 등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되면,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증금 지급 신청을 하는 수순이다.


갭투자 전세사기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한 아파트를 대상으로도 일어나지만, 이보다는 신축 빌라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서울경찰청이 수사 중인 이른바 ‘빌라왕’ 사건, 경기남부경찰청이 맡고 있는 ‘빌라의 신’ 사건이 대표적 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수법 구조는 대체로 비슷하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신축 빌라를 사들이면서 분양가보다 최소 10~20% 이상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는 이 차액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분양대행사, 컨설팅업체, 임대인 등이 나눠 가지는 조건 아래 매매와 전세계약을 동시 진행한다. 예컨대 2억원짜리 빌라는 2억2000만원에 들어올 세입자를 구한 뒤, 2억원은 빌라 건축주에게 주고 자신들은 2000만원을 챙기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분양대행사, 컨설팅업체, 공인중개사 등은 이 같은 거래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도, 리베이트 취득이라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기능적 역할을 분담, 순차적 또는 묵시적으로 공모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임차인만 노리지 않는다… 금융기관도 피해 =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기간 중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전세대출금 사기였다. 금융기관이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전세대출 자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피해자가 임차인이 아닌 금융기관인 것이 특징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25일 기준 115건을 적발해 487명을 검거했다. 금융기관이 입은 피해액만 모두 419억원에 이른다.


금융기관 상대 전세대출금 사기는 은행 등이 현장 실사를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범죄다.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위조해 금융기관에 제출한 뒤 대출금을 가로채는 구조다. 조직폭력배들이 범행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고 지적 장애인이나 가출팸 등을 협박 또는 감금해 대출명의자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고수익 알바’를 약속받은 가짜 임차인들 경우, 사기 범행에 가담하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임대계약서를 위조해 은행으로부터 50억원 상당의 전세자금 대출 등을 받아 가로챈 일당 48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원, 공인중개사 등으로 구성된 일당은 2020년부터 2년여 동안 시행사가 보유한 미분양 임대건물을 넘겨받아 보증금이 없는 것처럼 임대계약서를 위조한 뒤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지적장애인과 20대 초·중반 사회초년생들을 모아 오피스텔 등지에서 합숙시키는 형태로 관리하면서 이들 명의로 대출을 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대출금 편취를 포함해 갭투자, 보증금 미반환 등 7가지 유형을 중점 대상으로 선정하고, 단속을 전개 중이다. 이달 1일 기준으로 총 399건에 대해 884명을 검거해 이 중 83명을 구속했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378건, 1373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단속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특별 단속은 24일까지 계속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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