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폐기물 배출량과 전력 사용량 많은 반도체 업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온실가스 감축과 폐기물 재활용 노력
"공정 가스 감축이 탄소중립 달성 바로미터" 진단도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환경·책임·투명경영(ESG) 중요성이 전 업계에 확산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친환경 키워드가 떠오른다. 탄소·폐기물 배출량과 전력 사용량이 많다 보니 이를 줄이려는 반도체 기업의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불소 화합물 중심으로 감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철 과정에서 필요한 형석의 부원료로 폐수슬러지(침전물)를 재사용하는 기술을 현대제철과 공동 개발한 것이 대표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노력으로 폐기물 재활용률이 7월 기준 97.5%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전 사업장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100%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재생 에너지 사용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해외 반도체 사업장에서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자체 개발한 공정 가스 처리 시설을 국내 사업장에 추가한 만큼 19만톤의 온실가스 감축도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제로)와 RE100(재생 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경기도에 있는 이천 캠퍼스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바 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원인이 되는 공정 가스를 제거하는 친환경 스크러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0% 저감하기도 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총 폐기물 재활용률은 98%를 기록했다. 자체적으로 웨이퍼를 재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해 연마를 최소화하고 폐기물을 줄였다.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폐황산을 처리하는 탱크 밸브를 조절해 폐황산량을 줄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이천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황산이 전년 대비 12% 줄었다.
양사가 이처럼 노력을 지속하지만 숙제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국내 사업장의 재생 에너지 전환이 해외 대비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가치(SV) 성과를 발표하는데, 지난해 반도체 생산량이 늘면서 자원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 환경 부문에서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했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와 적층 확대가 이뤄질수록 단위 면적당 요구되는 에너지 소모량과 공정 가스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과제를 더한다.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상황에서 공정 가스 저감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공정 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쓰이는 가스로, 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 속한다. 반도체 공정에서 다양한 온실가스를 사용하는 만큼 이를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반도체 식각, 증착 등 공정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불소 화합물이 주로 사용되는 만큼 이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을 더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최종적으로 사용되는 가스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탄소중립 달성의 유일한 방안"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현재 사용되는 공정 가스 GWP(온실가스 배출 계수)의 1%에 해당하는 200GWP 이하의 가스 대체 기술 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 역시 각각 친환경 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미국 인텔은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목표했다. 2030년까지 1차 달성을 목표로 세계 사업장에서 100% 재생 가능한 전력을 사용할 계획이다. 대만 TSMC는 2020년 RE100에 가입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사용 비중을 40%로 높일 예정이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