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회는 앞서 마지막 남은 원전 수명 연장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45년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크게 늘렸던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기에 직면했다. 전력난이 커지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논란이 됐던 원자력발전의 수명을 결국 연장하기로 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기온이 섭씨 43도를 넘어선 캘리포니아주가 5일(현지시간) 전력망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노동절 연휴가 끝나는 6일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수 있다며 순환 단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캘리포니아주가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공급망이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폭염으로 기업과 가정의 에어컨 가동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전력 수요가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기상청은 캘리포니아주의 주도인 새크라멘토의 기온이 5일 45도, 6일 46도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갈아치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스앤젤레스 도심 기온은 지난 4일 39.4도까지 올라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 전력망을 관리하는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국(CAISO)의 엘리엇 마인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당장 순환 단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민들이 전력 절감 노력을 2~3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발적인 전력 사용 절감 노력이 없으면 CAISO가 비상조치 단계를 2단계로 높여 예비 전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순환 단전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 100%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잡고 관련 투자를 늘렸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몇 년 동안 가스 발전소를 잇달아 폐쇄했고 태양광 발전 비중을 늘리며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가 2030년까지 서부 해안에 최대 5기가와트(GW) 풍력 터빈을 설치하고 2045년까지 최대 25GW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수력발전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가 전체 전력망에 기여하는 비중은 최대 4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올해 폭염으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극심한 가뭄으로 캘리포니아 전력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수력 발전량도 올해 크게 줄었다.
앞서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지난 1일 캘리포니아주에 마지막으로 남은 디아블로 캐니언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아블로 원전은 2025년까지 폐쇄가 예정돼 있었지만 최장 5년 더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2250MW 규모인 디아블로 원전 없이는 2045년 친환경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아블로 원전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전력 생산량의 9%를 차지했다. 친환경 에너지 부문만 따지면 생산 비중은 15%를 차지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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