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곳 중 1곳 "MZ세대 조기퇴사율 높다"
20·30세대 절반 이상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 위해 퇴사"
전문가 "청년층, 공동체보다 개인 성장을 중요시해"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 김모씨(20대)는 최근 사직서를 냈다. 잦은 야근과 보수적인 사내 문화에 지쳐서다. 그는 "1~2시간 추가 근무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정시 퇴근하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연차 사용은 내 권리인데 왜 이틀 이상 사용하면 눈치를 봐야 하는지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월급이 적더라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실히 보장되는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씨와 같이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퇴사하고 재취업을 결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중시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자기계발, 워라밸 등을 중요시하는 2030세대는 조건이 맞지 않으면 주저하지 않고 퇴사를 결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6.8개월이다. 첫 직장으로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은 15~29세 청년층 411만7000명 가운데 263만8000명(65.6%)는 졸업 후 가진 첫 일자리를 그만뒀다. 첫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청년은 34.4%에 그쳤다.
퇴사한 청년층의 45.1%는 '보수·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을 퇴사 이유로 꼽았다. 이어 '건강, 육아, 결혼 등 개인·가족적 이유'(15.3%), '임시적, 계절적인 일의 완료, 계약기간 끝남'(14.0%) 순이었다.
기업들도 청년층의 조기 퇴사율이 높다고 보고 있다. 취업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9.2%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조기퇴사율이 높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MZ세대가 조기퇴사를 많이 하는 이유로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60.2%, 복수응답)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이전 세대보다 참을성이 부족해서'(32.5%) ▲'시대의 변화에 기업 조직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30.5%) ▲'호불호에 대한 자기 표현이 분명해서'(29.7%) ▲'장기적인 노력으로 얻는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26.8%) ▲'조직 내 불의·불공정을 참지 못해서'(13%) ▲도전 정신이 강해서'(3.3%) 등이 뒤를 이었다.
20·30세대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로는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 준비'(20대 56.3%, 30대 55.7%)가 가장 많았다. 특히 20대는 자신의 '성장가능성'을 토대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5~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응답자들은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로 '직무에 대한 비전'(31.3%), '미래 지향성 부족'(26.8%)을 꼽았다.
지난해 말 퇴사한 A씨(27)도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그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성장 가능성'이었다. A씨는 "또래에 비해 월급은 괜찮은 수준이었고, 사내 문화도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3년을 일했지만 포트폴리오가 쌓이지 않는다고 느꼈다. 회사에서 내 미래가 보이지 않아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회사에 몸담은 기간에 비해 경력을 입증할 만한 결과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20·30세대는 직장 동료의 퇴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이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주변인이나 직장 동료의 퇴사를 '부러운 시선으로 본다'는 응답은 20대와 30대가 각각 60.4%, 56.4%로 나타난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46.4%, 43.2%로 약간 낮았다. '오히려 축하해주는 분위기'라는 응답은 ▲20대(61.6%) ▲30대(52.0%) ▲40대(35.6%) ▲50대(28.4%)로 조사됐다. 연령이 낮을수록 퇴사를 실패나 퇴보가 아닌 새로운 도약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20·30세대의 조기 퇴사가 많은 이유에 대해 "공동체보다 개인의 성장을 더 우선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직장이 단순히 경제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았다"며 "(기성세대는)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기쁨을 얻거나 공동체의 발전과 성장을 통해 성취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청년세대는 공동체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내 재능을 발휘해 집단을 더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개인의 성장이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