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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을지로쎄시봉 - 와인 한 잔, 노래 한 곡이 내 마음을 읽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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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와인바 '을지로쎄시봉'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자리잡아
따뜻한 엔틱 분위기
하루 2회 라이브 공연…신청곡부터 자작곡까지
"노래로 사람들에게 위로 전하고 싶어"

[인스타산책] 을지로쎄시봉 - 와인 한 잔, 노래 한 곡이 내 마음을 읽는 곳 을지로쎄시봉 내부 모습. 사진=을지로쎄시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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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공유되며 소소하게 인기를 끈 캡처 하나. 지난 2012년 9월 모 포털사이트 질문 코너에 '가수 김광석이 유명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에 한 누리꾼은 이같이 짧게 답변한다. '이 사람 노래가 내 마음을 읽습니다.' 이 댓글은 폭발적 호응 속에 1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얻었다.


'잘 부른 곡엔 칭찬이, 명곡엔 사연이 달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가수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도 한다. 김광석은 입대를 앞둔 청춘에겐 '이등병의 편지'로, 사랑을 잃은 청춘남녀에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으로, 황혼의 부부에겐 '어느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로 담백한 진심을 건넨다. '영원한 가객'으로 불리는 그의 노래에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진정성과 호소력이 담겼다는 평가와 함께, 끊임없이 신세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곡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목소리만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일까.


번쩍이는 간판으로 둘러싸인 '힙지로(새롭고 멋지다는 의미의 'hip'과 을지로의 합성어)'에도 잔잔한 노래로 위로를 건네는 공간이 있다. 바로 라이브 와인바 '을지로쎄시봉'이다.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충무로 인쇄골목 방향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빨간 기타가 장식된 입간판이 반갑게 맞아준다. 핫한 곳을 찾아다디는 인스타그래머들에겐 Mnet 음악예능 '너의목소리가보여 시즌6'에서 3위를 차지한 실력자 허준석 대표(30대)의 노래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스타산책] 을지로쎄시봉 - 와인 한 잔, 노래 한 곡이 내 마음을 읽는 곳 라이브 공연 중인 허준석 대표./박현주 기자 phj0325@


허 대표가 을지로쎄시봉을 연 계기는 다름 아닌 김광석이었다. 경호학과를 나와 운동밖에 모르던 어린 시절의 그는 대퇴부 부상과 함께 꿈이 꺾였다. 어려서부터 체육을 전공해 운동 말곤 자신있는 게 없어 오랜 기간 재활을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좌절감에 무작정 들어간 군대에서 듣게 된 김광석의 노래가 그에게 위로이자 꿈이 됐다.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할 때 김광석 선생님 노래를 많이 들었죠. 그러다보니 음악을 해볼까 싶더라고요. 음악으로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단 꿈이 생긴 거죠."


이후 객원 멤버로 들어간 밴드 '공중전화'가 김광석의 친구들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허 대표는 운명을 느꼈다. "김광석 선생님께서 생전에 대학로에서 '고리'라고 하는 술집 겸 카페를 열어서 운영을 하셨대요. 거기서 노래도 하고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연결도 됐다고. 그럼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 싶었죠. 김광석 선생님처럼요." 을지로쎄시봉은 자유롭게 노래하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이 된 곳이다. 허 대표는 스물다섯살 때 22개국을 여행하면서 버스킹을 했다. 생판 모르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노래로 호흡하면서 그는 음악의 힘을 절실히 느꼈다. "11시간 동안 차 타고 와서 제 공연을 보러 와주시고 이런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달랑 노래 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은 거죠. 그 과거가 제가 꿈꿨던 가수로서의 미래와 닮아있어요." 공연은 하루 2회, 미리 받아둔 신청곡과 그의 자작곡으로 꾸며진다. 그를 보기 위해 멀리서부터 찾아와 눈물만 뚝뚝 흘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을지로 대표 '힙플레이스'로 꼽히는 을지로쎄시봉이지만, 허 대표는 이곳이 전혀 힙하지 않다고 손을 가로저었다. 그는 "저도, 이 가게도 전혀 힙하지 않아요. 돈이 없어서 셀프 인테리어로 한 거라 페인트 칠도 엉망이고 마감도 제대로 안 돼있고요"라며 매장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 끝이 닿은 나무 천정 위로 따뜻한 오렌지빛 조명이 내려앉았다. 허 대표는 이곳이 힙플레이스보단 히든플레이스가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전 유행과는 거리가 먼 노래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이곳도 유행과 상관없이, 오래도록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같이 함께 늙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 공간에서 계속 성장하고요." 그는 "낡고 부족해도 늘 추억이 함께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 스스럼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요"라고 덧붙였다.


소주는 독해서 냄새도 못 맡는다는 그가 하필 '술집'을 차린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알코올 중독이 아닌 이상 술을 아무 이유 없이 먹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기쁘거나 힘들거나 아니면 고민이 있거나. 그런 사람들에게 음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내가 음악으로 좀 더 위로를 더해줄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굳이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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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을지로쎄시봉 - 와인 한 잔, 노래 한 곡이 내 마음을 읽는 곳 카운터 앞에 허준석 대표의 공연석이 마련돼 있다./박현주 기자 phj0325@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플레이리스트를 훔치고 싶을 정도'라고 평했다. 자기와 같은 인디가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노래를 찾아둔다는 허 대표의 노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다. "이건 그냥 저의 고집인데, 일주일에 한 번이 됐든 이주일에 한 번이 됐든, 최신 인디 포크 음악 중에서 좋은 노래를 찾아서 틀어요. 저희 매장에서라도 홍보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음악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잖아요. 쉽게 쓰여지는 노래는 없으니까요." 연말, 화려한 을지로 거리를 걷다 문득 외로워지면 이곳을 찾아 와인과 함께 공연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쓸쓸한 마음을 읽어줄 보석같은 노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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