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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버티다 대출 빗장에 무너진 1년…내년에도 돈 가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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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시작해 빚으로 끝난 2021년
올해 9개월 간 늘어난 가계 빚만 117조원
고강도 대출규제 잇따라 나왔지만 돌아온건 풍선효과와 이자폭탄
내년에도 꽁꽁 언 돈줄…카드론·저축銀까지

빚으로 버티다 대출 빗장에 무너진 1년…내년에도 돈 가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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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성기호 기자] 빚으로 시작해 빚으로 끝난 한 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돈을 빌려 연명한 가계와 기업이 올해 급증했고 금융당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역대급 고강도 규제들을 쏟아냈다. 당국의 주문에 하반기 대출 문이 급격하게 닫히면서 실수요자들은 대출 절벽에 내몰렸고 제도권 금융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계층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주거비 및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을 낸 서민은 물론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과도하게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현실화됐다. 부채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가계도 기업도 빚 내 버텼다

29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9월 가계부채(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한 수치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민총생산(GDP) 규모 1836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9개월 간 늘어난 가계 빚만 117조원. 지난해 전체 증가분 127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불어난 가계부채는 244조원에 달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74.1%로 지난해 말 169.1% 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에도 가계부채 순증액은 매달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역시 1월부터 가계대출은 큰 폭의 증가세로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와 영끌, 빚투 열풍도 연초까지 이어졌다. 차이점이라면 금융당국이 영끌, 빚투를 막기 위해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하반기부터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것과 주거비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주택 관련 대출이 폭증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 8.5%, 2분기 8.6%, 3분기 8.8%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경우 하반기들어 영끌, 빚투를 위한 대출 차단에 증가율이 2분기 12.8%로 ‘꼭지’를 찍고 내림세를 이어갔다.


올해는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기업대출도 역대 최대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면서 기업대출은 3분기 말 149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4% 증가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138조4000억원 폭증한 규모다.


특히 기업대출은 예금은행에서 1055조2000억원을 기록해 8.2% 증가율을 나타낸 데 비해 비은행금융기관에서 442조6000억원으로 상호금융(28.7%)을 중심으로 24.0%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가계대출 강화로 가계주택매입자금 수요의 일부가 주담대에서 임대사업자대출로 전환돼 비은행권 기업대출이 폭증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비은행 전체 대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말 28.1%에서 올해 9월 말 48.2% 수준으로 급등했다.

"빚 때문에 잠 못자"…규제 칼날에 이자 폭탄까지

올해는 폭증한 가계부채가 무색할만큼 고강도 대출규제가 잇따라 나왔다. 특히 규제는 ‘대출 저승사자’로 불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본격화됐다. 8월 취임한 고 위원장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총량규제(증가율 6%대 관리)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그 여파로 일부 은행들은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대폭 축소해야 했다. 지난 8월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부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정부는 4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차주별 적용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에 이어 10월 DSR 2·3단계 규제 조기 시행과 제2금융권 DSR 강화, 분할 상환 및 대출 심사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당초 4월 대책에서는 내년 7월부터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로 DSR 규제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2단계 DSR은 6개월, 3단계 DSR은 1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규제까지 겹쳐 차주들은 이자폭탄을 떠안아야 하는 부작용을 마주하고 있다.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0%에 이르는데, 지난 10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신규) 가중평균금리는 연 3.46%로 지난해 말 2.79% 대비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일부 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금리는 연 5~6%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시중은행이 갑자기 대출을 조인탓에 제2금융권 대출이 폭증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도 올해 금융권이 예의주시하는 대출증가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가계대출의 경우 은행권 전년동기대비 대출 증가율이 3분기 9.9%를 기록하는 동안 비은행은 10.8%로 더 높아졌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만 해도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7.7%, 비은행은 -0.7%로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가계부채 관리에 낙제점을 줬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는 가계대출을 억제한다는 목적으로 총량을 규제한 것이 정책의 뼈대였는데,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서민들은 생계자금이나 사업자금 융통의 애로 때문에 고금리 불법사금융 쪽에 내몰렸고 이는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빚으로 버티다 대출 빗장에 무너진 1년…내년에도 돈 가뭄(종합)


내년에도 꽁꽁 언 돈줄…카드론·저축銀까지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내년에도 자금 융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열풍에 가계부채가 폭증하면서 규제 카드로 꺼내든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급전 창구로 빌리는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대출도 강화된 규제로 조여질 예정이어서 취약계층의 대출 가뭄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다음달부터 닫아놨던 대출을 일제히 재개한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린다. 우리은행도 내달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의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기존 대비 최대 0.6%포인트까지 올린다. 토스뱅크는 다음달 1일부터 신용대출 상품을 재개한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대출 총량 목표치가 재설정돼 중단된 대출이 재개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부터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 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차주 단위 DSR규제가 적용된다. 나이스평가정보가 9월 말 기준으로 금융위에 제출한 가계대출 차주 수는 총 1999만686명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보유금액 2억원 이상 263만9635명이 은행권에서는 DSR 비율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7월부터는 규제 대상자가 595만3694명으로 늘어난다.


DSR 40%가 적용되면 연봉이 5000만원인 차주는 연간 원리금 합계 2000만원까지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제2금융권까지 눈을 돌려도 2500만원이 한도다. 이미 대출을 많이 받은 차주라면 추가 대출 여력은 그만큼 더 줄어든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DSR을 강화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옥죄고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소득과 신용도가 충분한 차주에게 DSR이 벽이 된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대출 총량 목표치도 줄어들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 압박에 따라 올해(5~6%)보다 낮은 4~5%대에서 관리하게 된다. 은행 대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이용하는 2금융권에서 돈 빌리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2금융권의 업권별 평균 DSR기준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이 차주별 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기존에 대출이 있던 차주가 받을 수 있는 한도는 더욱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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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증가 상황은 금융정책이나 금융규제만으로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을 통해 추가적인 대출 수요를 관리하고, 자영업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조정 등으로 무리하게 빚에 의존하는 여건부터 바로 잡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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