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괴짜 교수’로 유명한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이 또 한 번 과감한 전략을 내놨다.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능가하겠다는 숙원을 위해 적의 안마당에 전진 기지(캠퍼스)를 세우는 ‘본진 드롭’ 전술을 구사하고 나선 것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가겠다는 기세다. 기부금 확보·인허가 등 난제가 남아 있지만 성공할 경우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연구·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는 파격적 시도여서 주목된다.
이 총장은 지난 10일 현지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갖고 뉴욕 시내에 3만3000㎡ 규모의 부지 및 건물을 구매해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학생·교수들의 꿈과 역량을 키우는 근거지로 삼는 한편 국제 연구 협력을 통한 파괴적 혁신 기술 개발과 인재 교육을 통해 글로벌 교육·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 쌍둥이 전략(global twin strategy)’이다.
이를 위해 이 총장은 이날 기부 의사를 밝힌 배희남 글로벌리더십파운데이션(GLF)그룹 회장과 만나 글로벌 캠퍼스 설립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이스트는 GLF그룹과 함께 내년까지 캠퍼스 부지 및 건물을 물색한 후 매입하는 한편 한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아 캠퍼스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배 회장 측이 캠퍼스 부지를 매입한 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설립 비용 등을 위해 기부금 모금과 인허가 등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카이스트는 뉴욕 캠퍼스를 우선 한국 본교 학생·교수들이 미국에 건너가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안목을 키워 원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터전으로 삼을 계획이다. 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 공동 연구를 하는 근거지로 만든다. 연구소기업 등 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뉴욕에 형성돼 있는 글로벌 마켓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전진 지기로도 활용한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남다른 글로벌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도전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초일류 과학기술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특히 "앞으로 뉴욕 캠퍼스에서 한국이 장점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R&D) 및 교육을 통해 하버드대·MIT 등 미국 동부의 유수한 대학들과 경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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