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650억 매출 키아프, 몇 점 팔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계아이콘02분 1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키아프로 본 K아트의 숙제

갤러리들 판매작품-가격 비공개
일괄 통보한 매출액 취합해 계산
VVIP중 극소수가 고가 샀다면
아트페어 흥행으로 볼 수 없어

VVIP티켓 구했어도 2순위
개막전 작품 구입한 VVVIP 고객있어
일반관객 '빨간딱지' 보며 박탈감
계급의식 키워 대중 공감 실패

650억 매출 키아프, 몇 점 팔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13~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전시장 전경.(사진출처=한국화랑협회)
AD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가 매출 650억원이라는 국내 아트페어 역사상 최고 성적으로 폐막했다. 흥행 요인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컬렉터의 시장 진입, 아시아 미술시장 재편 과정에서 서울의 매력도 상승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역대급 흥행 분위기에 가려진 국내 미술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업계 고유의 폐쇄성과 정보 비대칭성 등 해묵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K-아트’는 그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전히 모호한 미술 통계… "신뢰 잃으면 호황도 끝나"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는 행사가 폐막한 지난 17일 오후 이번 키아프에서 매출 650억원을 달성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협회에 어떤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톱10 리스트를 문의하자 알려주기 어렵다고 했다. 갤러리들이 정확한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결과적으로 협회는 각 갤러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일별 매출을 취합해 전체 매출을 계산한 셈이다.


작품이 몇 점 팔렸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협회는 개막일이자 VVIP 관람일이었던 13일 하루에만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관람객 5000명이 방문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는 슈퍼컬렉터인 VVIP 10명이 각자 35억원짜리 작품 1개씩만 사도 달성하는 매출이다. 실제 20억~40억원으로 추정되는 무라카미 다카시나 조지 콘도의 일부 작품들은 개막 전과 개막 당일 매매돼 VVIP 통계로 잡혔다. 만약 5000명의 VVIP 중 단 몇 명만 소수 작가의 고가 미술품을 샀다면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650억 매출 키아프, 몇 점 팔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깜깜이로 운영되는 미술시장은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주식엔 공시와 차트가 있고 부동산도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있다. 하지만 미술품에는 이 같은 기본적 통계자료조차 전무하다. 작가별 호당가격이 있으나 일반인은 알 수 없고 작품은 갤러리나 작가가 부르는 게 값이다. 한 미술품 컬렉터는 "A작가는 호당 가격 변화 없이 갤러리에서 작품가를 2.5배 올렸는데도 완판됐고 이를 근거로 최근 가격이 더 올랐다"면서 "미술시장이야말로 이른바 작전세력이 작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꼬집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미술시장의 활황을 설명하려면 정확한 통계와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애매한 숫자만 난무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술시장 호황을 지속 가능케 하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그들’만의 리그
650억 매출 키아프, 몇 점 팔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관람객들이 13~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출처=한국화랑협회)


K-팝의 글로벌 흥행에 이어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등 K-영화와 K-드라마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공통된 흥행요인 중 하나는 ‘승자독식 사회’와 ‘계급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다. 해당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나라를 불문하고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됐다. K-팝의 선두주자 방탄소년단(BTS)도 인종 차별과 혐오에 관한 비판적 메시지나 국적·언어 구분을 뛰어넘는 음악적 소통과 화합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K-아트’는 어떨까. 이번 키아프를 통해 또 한번 확인됐듯 국내 미술계는 오히려 그들만의 ‘계급의식’을 더욱 강화시켜 대중의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오프라인 장터가 열렸던 2019년과 비교하면 관람객은 7%(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으나 미술시장의 이례적 호황과 ‘위드 코로나’ 기조 등을 고려했을 때 매년 수만명씩 관람객이 증가하던 과거 행사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올해 미술시장 호황의 주역인 3040세대와 기존의 주요 컬렉터층인 5060세대를 적절히 융화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650억 매출 키아프, 몇 점 팔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관람객들이 13~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출처=한국화랑협회)


대표적인 게 이번에 처음 도입한 VVIP 티켓이다. 이는 VIP보다 하루 앞서 미술품을 둘러보고 미리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다. 대부분의 VVIP 티켓은 키아프에 출품하는 갤러리에서 풀렸다. 시중에 장당 30만원에 판매되긴 했으나 100장 한정으로 제한됐다.


문제는 어렵게 VVIP 티켓을 구했어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갤러리에서 ‘구매력’을 인정받은 슈퍼컬렉터들이다. 이들은 개막하기도 전에 주요 작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다. 가상화폐시장으로 비유하면 코인 상장 전 선취매가 이뤄진 것이다. VVIP 티켓을 구매해 이번 키아프에 참여한 40대 컬렉터는 "VVIP를 구했지만 그에 앞선 VVVIP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면서 "갤러리와의 네트워크가 풍부한 주로 노령층의 슈퍼컬렉터가 개막 전 인기작을 다 쓸어갔다"고 허탈해했다. 일반관람 기간 키아프에 참여한 30대 직장인 이수연씨는 "갤러리에 걸린 작품 곳곳에 VVIP와 VIP가 이미 구입했다는 표시인 ‘빨간 딱지’가 붙은 걸 보니 박탈감이 들었다"면서 "판매로 인한 작품 교체로 기대했던 작품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AD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고 잠재 고객으로 이어지게 하는 프로그램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온라인이나 변화된 미디어 환경 등을 통해 더욱 확장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