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9명 인원 제한 완화했지만…'식사 금지' 조건 내걸어
'최소 보증 인원' 조건 탓에, 금전적 피해 여전
전문가 "예비부부-예식장 갈등, 정부·지자체 손 놓고 있어"
텅 빈 예식장. 정부가 결혼식장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을 시 사회적 거리두기 3, 4단계 지역에서도 최대 9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인원 제한을 완화했으나, 예비부부들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코로나19 상황 속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걱정과 불만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 결혼식장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을 시 사회적 거리두기 3, 4단계 지역에서도 최대 9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인원 제한을 완화으나,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식장에서는 대체로 200~300명의 하객 '최소보증인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식사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최소보증인원의 식대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실효성 있는 분쟁 해결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결혼을 하려 했으나,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내년으로 식을 미뤘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예식장과 계약 문제로 생긴 갈등을 떠올리면 지금까지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이씨는 최소보증인원 조건으로 오지도 못하는 하객의 식대를 내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게 느껴져 위약금을 감수하고 내년으로 식을 미뤘다.
이씨는 "49명 외에는 식사는 물론 신랑 신부 얼굴조차 못 보는 대도 식장은 최소보증인원인 150명의 식대를 환불 해줄 수 없다고 했다"라며 "49명을 제외한 100여명의 식대는 답례품으로 대체하겠다는데, 그 답례품을 우리가 고를 수도 없었다. 대부분 홍삼이나 와인인데, 1인당 4만6000원으로 계산한 식대에 비하면 품질은 턱없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99명 인원 제한 완화도 예비부부들 입장에선 큰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이라며 "99명이 와서 식사를 안해도 계약한대로 식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심지어 하객이 안 와 남은 답례품은 모두 신랑 신부가 다 가져가야 한다. 이래도 저래도 너무나 불공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3일 방역당국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연장하면서, 최대 99명까지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을 발표하면서 식사를 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의 참석 인원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49명으로 제한한다.
애매한 정부 대책은 예비부부들의 화를 더욱 키웠다. 예비부부 4500여명이 모인 전국신혼부부연합회(연합회)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환 시위'를 벌였다. 화환에는 "못 참겠다! 결혼 좀 하자" "예비신혼부부 피해금액은 상상초월" "애 낳아서 무얼 하나 암울한 나라" 등의 문구가 적혔다.
연합회는 지난 7일 낸 입장문에서 정부의 방역 지침에 대해 "현실을 전혀 모르고 지침을 짰고 개선된 점이 전혀 없다"며 "최소보증인원 때문에 식사하지 않는 인원의 식대까지 모두 지불해야 하는 예비부부의 금전적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는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상당수의 예식장이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결혼식 참석 인원수를 제한했다면, 최소보증인원도 그것에 맞게 제한하는 등 정부가 합리적인 지침을 세웠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공정위는 예비부부와 예식장 간 갈등이 심화하자, 위약금 없이 예식 일을 연기하고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하는 등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내놨다. 그러나 이 기준은 말 그대로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었다.
이에 연합회는 ▲다른 다중이용시설처럼 면적과 규모를 고려해 결혼식장 입장객 인원 조정 ▲ 백신 인센티브 적용 ▲실제 입장 가능 인원과 결혼식장 보증 인원이 같도록 행정명령 ▲예식장의 질 낮은 답례품 강매 문제로 인한 소비자 보호 정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전문가는 정부와 지자체가 소비자분쟁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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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정위에서 권고하고 있어도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지키는 곳이 없고, 소비자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이런 갈등에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며 "최소한 다른 다중이용시설과 마찬가지로 방역 지침을 형평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또 사업장이 이를 지킬 수 있게끔 분쟁해결 기준 재정비도 필요하다. 사업장의 반발이 있다면, 보조금 지원 등의 다른 대안을 통해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가 납득할 만한 해결 지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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