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을 고려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은 알티미터가 출범한 스팩과의 합병을 논의 중이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합병회사의 기업가치는 최대 400억달러(약 45조3200억원)로, 스팩 합병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상장 후 진행될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통해 추가로 30~4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그랩과 알티미터가 뮤추얼 펀드 등 다른 잠재적 투자자들과의 투자미팅을 앞두고 있어 자금 조달 규모는 아직 명확치 않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어서 실패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그랩과 알티미터가 수주 안에 합병 발표를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올 초 정식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그랩이 스팩 합병 상장으로 방향을 튼 것은 최근 스팩 붐과 무관치 않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미 증시의 스팩 합병 규모는 730억달러로, 전체 IPO의 약 70%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이뤄졌다.
스팩은 공개모집을 통해 자금을 모아 주식 시장에 상장한 뒤 정해둔 기한(2년)안에 비상장 기업을 합병한다. 비상장사로서는 스팩을 통한 상장으로 정식 IPO 보다 상장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빠르게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스팩 상장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에 차량 공유 사업으로 시작한 그랩은 2018년 3월 세계적 승차 공유업체인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하면서 동남아 1위 업체로 급성장했다.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금융, 결제, 쇼핑, 보험 가입 망라한 종합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7년 10억달러를 투자받아 일본 소프트뱅크를 주요 투자자로 두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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