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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 허용한다고요?" 남녀 갈등 더 커지나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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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리얼돌에 '극단적 성적 대상화' 우려
"강간 인형 전면 금지" 여성들 '분통'
리얼돌 팔 다리 잘라 욕조에 버려진 인증샷 올라오기도

 "리얼돌 수입 허용한다고요?" 남녀 갈등 더 커지나 [한승곤의 사건수첩]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리얼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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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리얼돌(사람 신체와 비슷한 모양의 성기구)을 둘러싼 논란이 남녀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리얼돌은 사회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최근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인용품을 수입·유통하는 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 했으나 김포공항 세관은 해당 제품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판단하고 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A사는 세관 처분에 불복하고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으나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 "사람 존엄성과 가치 심각하게 훼손·왜곡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없어"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물품(리얼돌)이 지나치게 정교하다'는 세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고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다"며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리얼돌 수입 허용한다고요?" 남녀 갈등 더 커지나 [한승곤의 사건수첩] 2019년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남성용 성인용품 여성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


그러나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리얼돌을 둘러싼 사회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성계에서는 리얼돌이 여성에 대한 존엄을 무참히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단순한 성적 욕망을 리얼돌로 해소하는 것이 아닌 그 과정에서 그릇된 여성관을 리얼돌에 투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가 지난 2019년 10월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과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판 논문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에 따르면 논문의 주요 내용은 앞서 2017년 7월 같은 내용의 1심 재판부 결과에 대한 비판적 견해로 리얼돌은 여성을 지배하는 데 더 집중하여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 과정과 남성이 사용하는 리얼돌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논문에서 "1심은 리얼돌에 대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음란물'로 규정했지만, 2심에서는 '성기구'로 정의하면서 수입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1심에서 '사람의 존엄성'을 말할 때 말하는 사람은 여성을 가리키지만, 2심에서 성적 자유를 지닌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리얼돌 사용과 관련해서는 여성이 사용하는 성인용품과 남성이 사용하는 리얼돌에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여성용 리얼돌에 대해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특히 윤 교수는 리얼돌에 대해 "수동적이며 언제든 침해 가능한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 의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비판했다.


리얼돌을 이용하는 남성들에 대한 비판적 견해인 이 논문 주요 내용을 종합하면 리얼돌은 단순 성기구가 아닌 비틀어진 남성관에서 비롯한 성적 욕망을 리얼돌에 투영해, 결국 여성들의 존엄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견해로 풀이된다.


 "리얼돌 수입 허용한다고요?" 남녀 갈등 더 커지나 [한승곤의 사건수첩]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리얼돌 훼손.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리얼돌 무참히 훼손해 인증샷 올리기도


리얼돌 이용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존엄을 해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019년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몸통이 분리된 리얼돌이 욕조에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싸구려 리얼돌 사서 처분하려고 하는데, 그대로 버리면 안된다고 하고 싸구려 리얼돌이라 어디 매입해주는데도 없어서 목욕탕에서 2시간 동안 OO으로 분리해서 봉투에 넣어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XX 내 인생 다시 없을 경험이네 진짜 살인하고 증거인멸하려고 OO내는 기분이었다 X발"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거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진짜 말 그대로 끔찍하다. 리얼돌 사는 게 욕망을 풀려고 사는 거잖아요. 제발 가족이라는 소리 안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네티즌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성폭행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끔찍한 범죄가 연상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여성계에서는 성적 대상화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인 바 있다. 도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말해보자 리얼돌 집담회, 강간을 진짜처럼 괜찮습니까?'라는 토론회를 통해 "내가 무엇을 해도 받아주는 물체인 리얼돌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이미지로 쓰여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릇으로서의 여성이 재현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리얼돌이 생기면 성폭력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 인형이 필요하다는 것은 성폭력이 성욕 해소라는 논리"라며 "성욕은 강간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리얼돌로 인해 여성들의 인격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리얼돌은 단순히 여성을 재현해서 만든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가 남성의 성욕을 풀기 위한 존재로 치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성들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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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것은 여성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고 본다"면서 "요즘에는 SNS상에서 리얼돌이 '강간 인형'이라는 이름으로도 논의되고 있다. 촉감, 외형을 사람과 똑같이 만들고 동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인 성행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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