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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유치 위한 진흙탕 싸움에 '금융허브' 가능성 제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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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본점 소재지 특정지역 변경
20대 이어 21대 국회서도 법 개정안 잇따라 발의

국책은행 유치 위한 진흙탕 싸움에 '금융허브' 가능성 제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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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박선미 기자]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KDB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본점 소재지를 특정 지역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골자로 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특수성과 업무 효율성 등을 감안할 때 지방 이전을 강행할 경우 '금융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도쿄, 싱가포르 등 각국이 '포스트 홍콩'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도 정치권에서는 유치만을 위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 "특수성, 효율성 무시…금융경쟁력 약화 우려" 지적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래통합당의 윤재옥 의원을 비롯한 의원 10명은 IBK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에는 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중소기업 비율이 99.95%에 달하는 대구로 이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금융 인프라 육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당초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균형발전정책 중 하나다. 이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금융허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21대 국회에서 177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미 여권에서는 국책은행을 지방 이전 대상으로 삼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여당 뿐 아니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지방이전 법안을 발의하는 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정부가 이전을 결정하면 국책은행으로서 따라야 한다"면서도 "아직 정부 차원의 지시가 내려오지 않은 상황으로 은행 전략기획부 역시 본사 이전 이슈를 놓고 준비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 이전 논의는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당시 민주평화당의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 갑)은 산은과 수은의 본점을 전북으로 옮기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구)은 산은과 수은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IBK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 TF…9~10월에 전문가 초빙 토론회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책은행의 역할과 특성을 무시한 지방이전 요구는 자칫 정책금융기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전일 서울시 종로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도시 홍콩의 붕괴, 이른바 '헥시트(Hongkong-Exit)' 국면은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최대 금융인프라를 가진 서울도 성공치 못한 전략을 국책은행 이전으로 가능해지는가"라면서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쇠퇴'로 가는 길"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5월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금융노조 산하 산업ㆍ기업ㆍ수출입은행 지부는 오는 9~10월께 전문가들을 초빙해 국책은행 지방이전의 실효성을 따져보는 토론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포스트 홍콩 각축전서도 퇴보…인력이탈도 불가피할 듯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경쟁력 훼손, 인력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캠코 등 많은 금융공기업들이 지방으로 옮긴 상황이지만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국책은행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의 총대를 메게 한 상황에서 본점 이전 논의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위기 심각성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국회, 정부부처, 금융기관들이 세종시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유관기관 관련 업무시 출장이 잦다"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지역경제에 일조한다는 점은 긍정적 효과이지만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간된 금융경제연구소의 '국책은행 지방 이전의 타당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이전 공공기관 89곳의 이전 전후(2013~2015년)를 비교했을 때 전체 출장 횟수가 28.3% 늘었다. 출장비도 3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퇴사자 수가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지방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이전 후인 2017년에도 20명, 2018년 34명, 2019년 20명 등 퇴사자가 줄을 이으면서 현재까지 기금운용직 정원 280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 이전한 금융공기업들 효율성 제로…멀어지는 글로벌 금융허브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으로 금융허브 육성 효과가 오히려 떨어질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서방과 중국을 연결할 '제2의 홍콩'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서울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싱가포르ㆍ도쿄 등 금융도시들이 정책금융기관을 수도에 집결해 금융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금융기관을 인위적으로 쪼개 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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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은 기관들이 모여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국책은행 이전은 금융허브 육성 전략에 모순되는 것으로 금융을 시장과 더 멀어지게 하고 인재이탈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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