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W포럼]n번방·텔레그램, 그리고 정부의 무심한 대책

시계아이콘01분 54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W포럼]n번방·텔레그램, 그리고 정부의 무심한 대책
AD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를 포함, 수십여 명의 여성을 협박하여 성 착취 영상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의 버닝썬, 그 전의 다크웹ㆍ소라넷 사건 역시 방법ㆍ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충격적 디지털 성범죄다. 특히 손정우에 의해 다크웹에서 운영된 '웰컴투비디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였고, 생후 6개월 된 아기도 그 대상으로 밝혀져 경악을 금지 못한 바 있다. 왜 이렇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다. 2011년부터 5년간 서울 5개 법원에서 불법 촬영과 유포, 판매 등의 혐의로 기소된 1천 800여 건 중 '징역형'을 받은 비율은 5%에 불과했다. 2018년도 아동ㆍ청소년 대상 음란물 제작으로 입건된 성범죄자는 평균 2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소라넷은 1999년 이후 17년간 각종 불법 촬영물을 실시간으로 공유했지만 2016년 사이트가 폐쇄될 때 처벌받은 건 운영자 징역 4년이 전부였다.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 역시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받아 27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버닝썬 사건 역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나, 수사과정에서 그다지 사건의 엄중함은 느낄 수 없었다. 150여 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했지만 클럽 내 성폭력 문제는 찾을 수 없었고, 승리와 동업자였던 유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승리 일행과의 유착 의혹을 받던 윤 총경은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미국의 경우 아동음란물 제작은 15-30년, 상업적 유통은 5-20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초범이라고 예외는 없다. 실제 손정우의 사이트 회원인 미국인은 징역 97개월과 보호관찰 20년을 받았고, 해당 사이트에서 아동 성 착취 영상물을 다운로드 한 40대 역시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영국에서도 음란물 사이트에 영상을 올린 자에게 22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리의 형벌은 어떠한 위하력도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제공조다. 해외 플랫폼에서 범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온전히 처벌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사법공조가 필수적이다. 그간 국제공조를 통해 소라넷, 다크웹 등을 검거하였다고 하나 오히려 외국 사법기관의 인지로 국내 사법당국에 협력을 요청한 사안이 대부분이며, 우리가 선제적으로 인지, 검거한 경우는 드물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은 "텔레그램은 서버가 존재하는지 자체를 모른다"며 "수사기관도 서버위치를 파악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물론 텔레그램은 정확한 서버와 본사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리고 텔레그램 기술적 속성상 정보가 서버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고 휘발성이 강해 서버 압수수색을 통해 유의미한 자료를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이러한 해외 플랫폼을 통해 성범죄를 피해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국제적 사이버범죄 방지를 위해 이미 60여 개 국가가 가입한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등 좀 더 체계적이고 강력한 사법공조가 필요하다. 디지털성범죄 수사에 비협조적인 해외 플랫폼에 대한 국민적 거부ㆍ불이용 캠페인도 사법공조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실한 디지털 성범죄 대책이다. 정치권은 n번방에 대한 조속한 대책 마련은 뒤로하고 상대 정당 공격을 위한 정략적 활용에 치중하고 있다. 국회 및 관계부처가 발표한 대책 역시 그다지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있지는 못하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버와 담당자 연락처조차 모르는 텔레그램에게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하고 엄중한 책임을 지우는게 가능하겠는가. 본사의 위치도 불명확한 텔레그램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책임 불이행에 따른 형벌을 집행할 수 있겠는가. 결국 문제는 해외에서 발생하고 그 여파는 국내에서 심각한데 대책은 그냥 공중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이 정도 대책으로 앞으로 또 다른 n번방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AD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