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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n번방·텔레그램, 그리고 정부의 무심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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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n번방·텔레그램, 그리고 정부의 무심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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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를 포함, 수십여 명의 여성을 협박하여 성 착취 영상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의 버닝썬, 그 전의 다크웹ㆍ소라넷 사건 역시 방법ㆍ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충격적 디지털 성범죄다. 특히 손정우에 의해 다크웹에서 운영된 '웰컴투비디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였고, 생후 6개월 된 아기도 그 대상으로 밝혀져 경악을 금지 못한 바 있다. 왜 이렇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다. 2011년부터 5년간 서울 5개 법원에서 불법 촬영과 유포, 판매 등의 혐의로 기소된 1천 800여 건 중 '징역형'을 받은 비율은 5%에 불과했다. 2018년도 아동ㆍ청소년 대상 음란물 제작으로 입건된 성범죄자는 평균 2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소라넷은 1999년 이후 17년간 각종 불법 촬영물을 실시간으로 공유했지만 2016년 사이트가 폐쇄될 때 처벌받은 건 운영자 징역 4년이 전부였다.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 역시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받아 27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버닝썬 사건 역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나, 수사과정에서 그다지 사건의 엄중함은 느낄 수 없었다. 150여 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했지만 클럽 내 성폭력 문제는 찾을 수 없었고, 승리와 동업자였던 유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승리 일행과의 유착 의혹을 받던 윤 총경은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미국의 경우 아동음란물 제작은 15-30년, 상업적 유통은 5-20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초범이라고 예외는 없다. 실제 손정우의 사이트 회원인 미국인은 징역 97개월과 보호관찰 20년을 받았고, 해당 사이트에서 아동 성 착취 영상물을 다운로드 한 40대 역시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영국에서도 음란물 사이트에 영상을 올린 자에게 22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리의 형벌은 어떠한 위하력도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제공조다. 해외 플랫폼에서 범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온전히 처벌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사법공조가 필수적이다. 그간 국제공조를 통해 소라넷, 다크웹 등을 검거하였다고 하나 오히려 외국 사법기관의 인지로 국내 사법당국에 협력을 요청한 사안이 대부분이며, 우리가 선제적으로 인지, 검거한 경우는 드물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은 "텔레그램은 서버가 존재하는지 자체를 모른다"며 "수사기관도 서버위치를 파악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물론 텔레그램은 정확한 서버와 본사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리고 텔레그램 기술적 속성상 정보가 서버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고 휘발성이 강해 서버 압수수색을 통해 유의미한 자료를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이러한 해외 플랫폼을 통해 성범죄를 피해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국제적 사이버범죄 방지를 위해 이미 60여 개 국가가 가입한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등 좀 더 체계적이고 강력한 사법공조가 필요하다. 디지털성범죄 수사에 비협조적인 해외 플랫폼에 대한 국민적 거부ㆍ불이용 캠페인도 사법공조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실한 디지털 성범죄 대책이다. 정치권은 n번방에 대한 조속한 대책 마련은 뒤로하고 상대 정당 공격을 위한 정략적 활용에 치중하고 있다. 국회 및 관계부처가 발표한 대책 역시 그다지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있지는 못하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버와 담당자 연락처조차 모르는 텔레그램에게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하고 엄중한 책임을 지우는게 가능하겠는가. 본사의 위치도 불명확한 텔레그램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책임 불이행에 따른 형벌을 집행할 수 있겠는가. 결국 문제는 해외에서 발생하고 그 여파는 국내에서 심각한데 대책은 그냥 공중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이 정도 대책으로 앞으로 또 다른 n번방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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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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