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조명·CCTV, 공동주택 도어락…범죄예방효과 '탁월'

경찰·건축도시공간연구소 '셉테드' 시설 효과 연구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후문에 큰 달 모양의 조명이 골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밝게 웃고 있는 달의 모습이 퇴근길 시민들을 절로 미소짓게 한다. 시민들의 안전과 희망을 담은 디자인이 하나둘 모여 범죄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골목길 등 공동 생활공간에 설치된 조명과 폐쇄회로(CC)TV의 범죄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향후 '범죄예방 환경조성(CPTED·셉테드)' 확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과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범죄예방 환경조성 시설기법 효과성 분석 연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그간 셉테드 사업에서 많이 활용된 범죄예방시설이 실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골목길 등 불특정 다수가 생활하는 외부는 조명(가로등·보안등) 및 CCTV, 공동주택 등 건축물 내외 공간에서는 공동현관 잠금장치 같은 출입통제장치의 범죄예방 효과가 높았다. 조명이 설치된 곳은 야간에 발생하는 강·절도 등 5대 범죄가 약 16%, 주취 소란·청소년 비행 등 무질서 관련 112 신고가 4.5% 감소했다. 또 CCTV가 설치된 곳에서는 100m 이내 야간 발생 5대 범죄가 약 11% 줄었다. 다세대·원룸 등 공동주택 건물 1층 현관에 잠금장치(도어락)가 설치된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건물과 비교해 약 43%의 범죄 감소 효과를 보였다.

최근 범죄예방 환경개선 사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비상벨·반사경·거울(미러시트)·벽화 등 시설은 직접적인 범죄 또는 112 신고건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이러한 시설들은 범죄 자체의 감소보다 주민의 범죄 불안감 해소에 주된 목적이 있는 만큼 범죄예방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연구진들의 분석이다.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은 "각 방범시설의 예방효과를 세밀히 분석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드문 연구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번 연구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셉테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