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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공존=조직 생존…'선넘네' 없는 직장,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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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기획 - 세대공존, 함께 만드는 사회]
<2>가족일까 남일까, '직장'을 바라보는 두 시선

세대 공존=조직 생존…'선넘네' 없는 직장,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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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동고동락 '가족같은 직장'
회식 등 업무외 모임 통해서 소통
친밀감·조직력 좋아야 업무능률↑

치열한 입시·취업 겪은 밀레니얼
"더이상 참지도 착취당하지도 않아"
갑질·편견 등 '지켜야할 선' 중시
청년 첫 직장 평균 근속 1년5.3개월

전문가 "유행 선도하는 소비자"
밀레니얼 이해 못하면 시장서 도태
능력따라 보상 '조직혁신'도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번 회식은 선약 때문에 힘들 것 같아요."(30대 초반 A사원)

"아니 회식 공지한 게 언젠데 선약이라니…어차피 술도 안 먹고 1차 끝나면 바로 가는 X이."(40대 후반 B차장)

"X이라뇨."(A사원)


1974년생 차장과 1988년생 사원 사이 말다툼은 1970년생 부장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냉랭한 분위기가 부서 전체를 감쌌다.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던 B차장은 "매주 하자는 것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있는 송년회인데, 그렇게 개인 약속이 중요하면 자영업을 하든가, 하여튼 요즘 것들은"이라고 '누구 들으란 듯' 혼잣말을 했고, 회의실에 남겨진 A사원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두 사람은 기안서 방향을 두고도 이미 여러 번 충돌한 적이 있다. 조직ㆍ부서의 발전과 개인 발전을 동일시하는 선배, 반대로 조직은 조직이고 개인은 개인으로 구분될 존재라는 후배 사이 전형적 갈등 사례다. A사원은 "의견을 내라해서 낸 것뿐인데 저렇게 나오니 '꼰대' 소리 듣는 것"이라고 했다. '저 선배처럼 되지 말아야지' '닮고 싶은 선배가 없다'라는 말은 A사원 동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푸념이다.


밀레니얼세대에게 직장은 '내가 아닌 타자'다. 나의 완성, 나의 시간, 나의 여유는 모두 직장 밖에 있는 것이다. 반면 40~50대는 직장 내 친밀감과 조직력을 중요시한다. 어차피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인 만큼, 그 안에서 여유도 행복도 성취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직장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밀레니얼은 원한다. 모두가 수긍하는 문화를"


양립하기 어려운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모두가 밀레니얼세대의 요구에 따라 맞춰야 하는 걸까? 혹은 권력을(경험을) 가진 선배의 말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기성세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선배의 이해(혹은 양보)'를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밀레니얼세대에게는 '인구압박'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인구압박이란 직장에서 경쟁해야 할,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규모를 말한다. 조 교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자연스레 직급이 올라가고 연봉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를 밀레니얼세대는 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들의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회사가 연공서열을 파괴해 능력이 있으면 인정과 보상을 해주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고 해석해보면 이런 결론도 가능하다. 조직이 발전해야 나도 발전한다는 생각은 기성세대 가치관이다. 새로운 세대가 방향성을 수긍하고 흔쾌히 따라오는 조직만 발전할 수 있다. 이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조직문화를 고집한다면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의 말이다. "밀레니얼세대는 기업 내에서는 직원이지만 시장에서는 유행을 선도하는 소비자이기도 하죠. 이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 세대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기업이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애사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단합인가 보상인가"


기성세대는 묻는다. 친밀함도 없고 단합도 되지 않는 조직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느냐고. 팀워크가 모래알을 이기는 건 지고지순의 가치가 아니냐고. 밀레니얼은 반문한다. "적절한 보상과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라면 근속기간이 당연히 길어질테고 조직력과 애사심도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다. 그런 것도 없이 그저 조직에 충성하면 언젠가 보상은 따라올 것이라는 공언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는가." 3년 차 직장인 '킹덤(30ㆍ별칭)'의 항변.


흔하게 언급되듯, 이런 가치관은 평생직장론 폐기에서 비롯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너의 노력은 보상을 받을 것이다'라는 약속은 대체로 지켜져왔다. 고용의 안정성이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달라졌다. 밀레니얼에게 '평생 함께 동고동락할 가족 같은 직장'은 이미 없다. 직장인 7년 차에 접어든 '인천 센언니(33)'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인데 무슨 이유로 회사 사람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맺어야 하나"라며 "현실이 그런데 주말에는 등산 같이 가고 평일 밤 회식에 필참하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세대 공존=조직 생존…'선넘네' 없는 직장, 어딨나


"모두가 합의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선을 지키는 일"


결국 핵심은 '지켜야 할 선'이 어디인가로 귀착된다. 기성세대도 무조건 개인의 삶을 포기하라고 외치진 않는다. 기성세대에게도 가족은 중요하고 개인의 삶 역시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반면 밀레니얼세대에게 지켜야 할 선이란 '모두가 합의해 만든' 규칙과 계약 같은 것을 공정하게 준수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규(혹은 채용계약서)에 '6시까지 근무한다'는 조항은 있다. 그러나 '때때로 회식에 참석해 조직 단합에 참여하라'는 규정은 없다. 7년 차 직장인 '여의도 슈가맨(31)'은 "업무시간 종료 후에는 연락하지 말 것, 후배라도 인격체로 대할 것 등 직장 내에서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이 선을 넘어서는 조직의 사무실에는 이직 기회만 노리는 직원들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케이블 방송PD로 4년째 일하는 '말티즈는 참지않긔(29)'도 "일부 40~50대는 외모ㆍ학벌ㆍ인종 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끄럼없이 말하고 선을 넘는다"며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가슴에 사표 한 장쯤은 들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근무 수칙뿐 아니라 갑질ㆍ성인지감수성 등 '인격체로서 서로 마땅히 지켜야 할 것'도 밀레니얼들이 중시하는 '선'에 해당된다. 치열한 입시와 취업난을 통과한 밀레니얼세대는 '더 이상 참지도, 착취당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출근한다. '내 힘으로 얻은 권리는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선에 대한 강박도 강하다. 타인이 나의 영역을 침범할 때 '선 넘네'라고 직설적으로 꼬집는 유행어는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공멸할 것인가
공존할 것인가"


결론은 밀레니얼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새 조직문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기존 가치관을 폐기하라는 뜻보다는, 새 가치관 위에서 이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는 걸 더 강조하는 취지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이 작업에서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은 밀레니얼세대가 의외로 쉽게 조직을 떠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010년 15.7%, 2012년 23.2% 2014년 25.2%, 2016년 27.7%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조기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조직ㆍ직무적응 실패(49.1%)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5개월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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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걸까. '부리기 까다롭고 어렵다'며 '철부지 요즘 것들'이라고 치부하면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세대와의 공존이 결국 조직의 생존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밀레니얼세대와의 갈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사회가 겪게 될 신구 패러다임의 갈등 양상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이란 분석은 예리하다. 밀레니얼들과의 공존 노력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조직을 위한 것일 수 있다. 공존의 전제조건은 결국 혁신이 될 수밖에 없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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