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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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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마구용품팔던 에르메스, '명품 중의 명품'으로 거듭나기까지
최고급 악어·소가죽으로 경력 7년 이상 프랑스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영부인이 와도 2~3년 기다려야 한다"…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선망의 대상'으로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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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 가죽 브랜드 '에르메스(Hermes)'는 루이뷔통, 구찌, 샤넬 등 숱한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렴한 모델이 300만원대,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국내에서 1500만원대에 팔리는데, 생산량은 한정돼 있으나 수요는 높아 리셀(Re-sell, 되팔기)이나 중고시장에서는 수백만 원 가량의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 에르메스는 왜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걸까.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 이유가 뭘까 에르메스그룹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

마구용품팔던 에르메스, 명품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에르메스는 1837년 독일 태생의 티에리 에르메스(Tierry Hermes)가 파리 마드레인 광장에서 말안장과 마구(馬具) 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시작됐다. 티에리 에르메스는 당시 교통수단이었던 마차를 끄는 말에 필요한 안장이나 장식품 등을 수공으로 제작해 1867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1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 왕실과 귀족들에게 제품을 공급했다.


본격적으로 가방 등 가죽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티에리가 사망하고 그의 아들인 샤를 에밀 에르메스가 사업을 물려받으면서부터다. 엘리제궁 근처에 있는 포부르 생토노레 24번지로 매장을 옮기고 1892년 기수들이 마구를 넣던 주머니에서 착안한 현재도 베스트셀러인 '오타크로와'를 선보였다. 1920년대부터는 창업자의 손자인 에밀 모리스 에르메스가 경영에 뛰어들면서 가방, 벨트, 의류, 넥타이나 스카프 등을 내놓으면서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1978년에는 장 루이 뒤마 에르메스가 에르메스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당시 시계 부문 자회사인 라 몽트르 에르메스를 스위스에 설립하고 식탁 장식 용품 등 새로운 라인을 도입했다. 현재 에르메스가 고급 식기 용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2003년에는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tier)가 수석디자이너로 영입됐다. 당시 에르메스는 클래식하고 고상한 이미지였지만, '패션업계 악동'으로 불렸던 장 폴 고티에가 기성복 디자인을 맡으면서 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 이유가 뭘까 버킨백을 만들고 있는 에르메스 장인 [출처 - 에르메스 유튜브 영상 캡처]

프랑스 장인이 최고급 가죽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가방

에르메스 제품 중 85%는 모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가방류의 경우는 프랑스에서만 제작된다. 가방을 '아무나 만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에르메스는 150여 년 전통 방식으로 가방을 만드는데, 프랑스에서 최소 5~7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된 '장인'만이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특히 에르메스 중에서도 초고가 라인인 버킨백이나 켈리백은 교육과정을 마치고도 7~10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장인들만이 만들 수 있다. 버킨백과 켈리백을 수년의 기다림 끝에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가방을 만드는 공정을 분담하는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에르메스는 전 공정을 단 한 명의 장인이 전담한다. 한 장인이 버킨백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만 48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 기준으로 한 사람이 일주일에 만들 수 있는 가방은 2개 수준이다. 생산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객이 수선 등을 원할 경우 가방 이를 만든 장인이 직접 수선한다. 최초로 제품을 제작할 당시에 차후 수선 가능성을 고려해 연도별, 종류별, 색상별로 가죽을 보관한다.


가죽도 허투루 고르지 않는다. 악어가죽의 경우에는 호주의 특정 악어 농장으로부터 공급받는데 스크래치가 없고 피부조직이 고른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은 악어'를 선호한다. 에르메스가 원하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아예 악어를 사지도, 가방을 제작하지도 않기 때문에 악어가죽 제품이 생산되지 않는 해도 있다. 소가죽도 마찬가지로, 양면이 균일한 등뼈를 중심으로 커팅된 가죽만 사용한다.


까다롭게 선택한 가죽들이 에르메스 가죽 공방으로 옮겨지면 또 한 번의 품질 검사가 진행된다. 견고성을 측정하고 상처나 구멍, 주름, 기생충 흔적 등 세세한 검사를 통해 가죽의 등급과 용도가 결정된다.


에르메스가 고급 가죽을 고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결은 '비싼 가격에 가죽을 사 온다'는 점이다. 비싼 값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에르메스는 가죽 공급업자들에게 가장 큰 고객이다. 때문에 악어나 소가죽으로 제품을 만드는 수많은 명품 중에서도 에르메스는 가죽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 이유가 뭘까 에르메스의 고급 악어가죽 핸드백

'희소성'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의미

샤테크(샤넬+재테크)나 롤테크(롤렉스+제테크) 등 명품 재테크는 지속 가격이 오르는 고가 명품을 구입해 되파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명품 재테크 라인이 아니다. 그보다 더 고가일 뿐만 아니라 상위 1%의 부자들도 줄 서서 살 정도라 대중화된 명품들과 달리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가죽 선택 과정에 한 명의 장인이 공을 들여 만들어지는 공정 등으로 최소 2~3년은 기다려야 하고, 운이 좋지 않으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도 주인공 사만다 존스가 에르메스 버킨백을 5년 동안 기다려도 받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 적도 있다.


워낙 구하기 어렵다 보니 일각에서는 버킨백을 사기 위해서는 비교적 저렴한 100~300만원대 에르메스 팔찌나 시계 등을 먼저 구입해 직원들의 눈도장을 찍은 뒤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에르메스 측은 "영부인이 와도 다른 고객들과 똑같이 기다려야 한다"고 루머를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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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 권력이 있어도 기다려야 하는 가방으로 인식되면서 에르메스는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불경기나 명품 업계 불황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파리와 브뤼셀 테러로 프랑스 명품 업계가 불황에 빠졌던 2016년에도 에르메스의 매출은 52억 유로(약 6조7500억원)로 전년 대비 7.5%나 증가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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