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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한국유사] '위화도 회군' 18년전 압록강 건넜던 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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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년경 고려군 1만5000명 이끌고 요동 동녕부 우라산성 공략
우라산성, 요양성 가는 길에 위치…삼국시대부터 고구려 군사 거점

[이상훈의 한국유사] '위화도 회군' 18년전 압록강 건넜던 이성계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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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년 1월, 이성계는 기병 5000명과 보병 1만명을 거느리고 동북면(東北面)을 출발했다. 북쪽으로 황초령(黃草嶺)을 넘어 600여리를 행군해 설한령(雪寒嶺)에 도착한 후 다시 서쪽으로 700여리를 행군해 압록강을 건넜다. 이성계가 이끄는 고려군 1만5000명이 요동에 진입한 것이다. 이성계는 동녕부(東寧府)의 우라산성(于羅山城)을 공격해 항복을 받고 1만여호(戶)를 얻었다. 1388년 요동 공략을 위해 출정했던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기 18년 전의 일이다. 이성계는 이미 공민왕 시기 요동 공략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1370년 이성계가 공략한 동녕부의 위치다. 원래 동녕부는 1270년 평안도 일대가 원(元)의 직할지로 편입되면서 생겨난 통치기구다. 치소(治所)는 평양에 두어졌다. 이후 고려의 끊임없는 요구와 설득으로 1290년 동녕부는 압록강 이북의 요동으로 물러났다. 일반적으로 요동 남부 일대를 동녕부라고 하는데, 이동한 동녕부의 치소는 명확하지 않다. 동녕부의 치소를 요녕성 요양(遼陽)으로 보는 견해와 요녕성 환인(桓因)으로 보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환인지역의 우라산성으로 보는 쪽이 많은 편이다.


우라산성은 역사서에 울라산성, 올랄산성, 오로산성(五老山城)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 등에 기반해, 대개 환인지역의 오녀산성(五女山城)으로 비정되고 있다. 이 오녀산성은 고구려의 첫 도읍지인 졸본성(卒本城)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200m 높이의 절벽 위에 위치한 천혜의 요새다. 음운상으로 볼 때 우라산성, 오로산성, 오녀산성은 유사도가 높다.


그런데 성호사설이나 동사강목은 모두 조선 후기의 개인 기록으로, 조선 전기의 국가 기록인 '고려사(高麗史)'보다 중시될 수는 없다. 또한 오녀산성은 그 이름의 유래가 명확하지 않다. 중국 정사(正史)에서는 오녀산(五女山)이 등장하지 않으며 1927년에 완성된 '청사고(淸史稿)'에 한 차례 등장한다. 그것도 산동(山東) 기주(沂州)의 지명일 뿐이다. 중국에서 오녀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역 전승에 기반하고 있다. 일본인 기쿠치 테이지(菊池貞二)가 1925년에 발간한 '동삼성고적유문(東三省古迹遺聞)'이라는 책에 이러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다시 말해 환인지역의 오녀산성과 동녕부의 우라산성은 음운상 유사성 외에는 역사적 연관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성계가 1만5000명을 거느리고 우라산을 공략했을 때의 상황을 고려사 권42, 공민왕 19년(1370) 1월조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여러 성들도 이러한 형세를 보고 모두 항복했으므로 항복 받은 민호가 1만을 넘었다. 노획한 소 2000두와 말 수백 필을 모두 그 주인들에게 돌려주었다. 북방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여 귀순해 오는 사람들이 저자에 가는 것 같이 많았다. 그리하여 동으로 황성(皇城)에 이르기까지, 북으로 동녕부(東寧府)에 이르기까지, 서로 해(海)에 이르기까지, 남으로 압록(鴨綠)에 이르기까지 이 일대가 텅 비게 되었다."


당시 이성계가 우라산성을 공략하자 주변 여러 성들이 형세를 보고 모두 항복했다고 한다. 분명 이성계의 전공을 과장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우라산성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단서라고 여겨진다. 고려사 기록에 따르면 이성계가 공략했던 우라산성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황성, 북쪽으로 동녕부, 서쪽으로 바다, 남쪽으로 압록강이 위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환인지역의 오녀산성을 우라산성이라고 가정해 보자. 오녀산성을 기준으로 볼 때 서쪽에는 바다가 없고 동일한 위도상에 조양이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오녀산성이 동녕부의 치소라고 할 경우, 우라산성 북쪽에 다시 동녕부가 위치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따라서 오녀산성을 우라산성으로 비정하는 것은 무리다.


우라산성의 입지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압록강 이북에서 동녕부 이남에 위치하고, 동쪽으로 황성에 이르고 서쪽으로 바다에 이르며, 주변의 여러 성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점성이다. 황성(皇城)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고구려의 첫 수도가 있었던 졸본지역이나 두 번째 수도가 있었던 집안지역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한다면 졸본 서쪽에 위치한 성이어야 한다.

[이상훈의 한국유사] '위화도 회군' 18년전 압록강 건넜던 이성계 태조 이성계

고려사에는 '동녕'과 '요양'이 구분되어 서술되어 있다. 고려사 권42, 공민왕 19년(1370) 7월 "이성계와 서북면 상원수 지용수와 부원수 양백연 등에게 명하여 동녕부를 치라고 했다"는 기사와 11월 "이성계와 지용수 등이 의주(義州)에 이르러 부교(浮橋)를 가설하고 압록강을 도하하여 요성(遼城)으로 진격하였는데 급히 공격하여 함락시켰다"는 기사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국왕의 명령과 이성계의 진군 목적지를 감안하면, 동녕부의 치소는 요성(요양성)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고려군이 요양성으로 진군하는 경로를 살펴보면, 의주 즉 압록강 하구 일대에서 부교를 통해 요동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부교의 폭은 말 세 마리가 나란히 갈 수 있었으며, 3일에 걸쳐 도하가 이뤄졌다고 한다. 대규모 고려군의 진군 방향을 고려할 때 우라산성은 압록강 하구를 건너 북쪽의 요양성에 이르는 경로상에 위치한 거점성일 가능성이 크다.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고구려는 주요 교통로상의 대성(大城)을 중심으로 그 아래 중(中)·하(下)급 성들을 상호 연결해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667년 당에 신성(新城)이 함락당하자 주변 16성이 몰락했고, 668년 부여성(扶餘城)이 함락당하자 주변 40여 성이 항복했다. "여러 성들도 이러한 형세를 보고 모두 항복하였다"는 기록을 통해, 우라산성도 주변의 중소형 성들을 관할하던 거점성 즉 대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요녕성 봉성진(鳳城鎭)에는 오골성(烏骨城)이 있다. 현재 압록강 하구의 요녕성 단동(丹東)에서 동북으로 약 2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골성은 삼국시대 고구려의 거점성 중의 하나다. 한반도 세력이 요동으로 진출하거나 요동 세력이 한반도로 진출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요동성(遼東城) 즉 요양이 나오고, 남쪽으로 내려간 후 압록강에 이르러 물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서해에 도달하고, 물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박작성(泊灼城)과 환인 및 집안지역과 연결된다. 남쪽으로 압록강을 건너면 의주가 나온다. 고려사에 묘사된 우라산성의 입지와 일치하는 거점성이라 할 수 있다.


오골성은 명나라 시기부터 봉황성이라 불렀는데, 봉황성이 위치한 봉황산의 최고 높이는 836m이다. 성벽 둘레는 약 16㎞에 달하고, 돌로 축성한 부분은 7㎞가 넘으며, 나머지 부분은 자연 절벽을 활용했다. 수·당과 고구려 전쟁에서 오골성은 군사 요충지로서 방어 역할을 하거나 군사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후 신라ㆍ당 전쟁에서는 670년 신라가 오골성을 선제 공격하기도 했다. 일설에 따르면 오골성은 10만 명이 주둔할 수 있는 거점성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오골성은 요동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압록강 하구의 거점성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우라산성의 입지를 볼 때 오골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정리하면 고려말 당시 요동 일대를 동녕부라고 했고, 동녕부의 치소는 요양성에 있었으며, 요양성으로 가는 경로에 위치한 우라산성은 오골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라산성'은 '위로 오른 산성' 즉 우뚝 솟은 산성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오르다(登)'는 '올'을 어근으로 하는 단어인데 우라산성, 울라산성, 올랄산성, 오로산성 등은 모두 여기에서 파생된 용어로 보인다. 우라산성은 압록강을 건너 요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거점성으로서, 평지에서 볼 때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산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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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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