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 선언이 다가오며 스페인은 물론 유럽과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카탈루냐주가 스페인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자체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중이다.
9일 국제금융센터 및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 자치정부는 지난 1일 치러진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90%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되자 9일 자치의회에서 투표 결과를 공식 의결한 뒤 독립을 대내외에 선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투표 결과를 적용해야 한다"며 "국민투표 결과를 카탈로니아 의회에 가져가 독립 선언서를 준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페인 중앙정부는 헌재의 판시에 따라 투표 자체가 불법이고 독립을 용인할 수 없어 독립선언 시 자치권 몰수와 자치정부 해산 등을 강제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 8일 스페인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카탈루냐 측의 어떤 형태의 독립 선언도 효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면서 "카탈루냐 측과 독립과 관련된 협상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도 지난 3일 마드리드 왕궁에서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카탈루냐주 자치정부는 독립 선언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처럼 양측의 강경한 태도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현재까지는 카탈루냐의 독립이 선언되더라도 시장 영향이 유럽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스페인 채권과 주식 등에 국한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독립선언 이후 소요가 더욱 확산되고 독립여부에 대한 새로운 전국단위 혹은 지역 선거가 시행될 경우 스페인은 물론 유럽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사태가 장기화되고 대립이 격화될 경우 스페인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독립 실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민투표의 찬성률이 높았지만 투표율 자체는 43%로 저조한 데서 보이듯이 독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이 존재하는데다 유럽연합(EU) 역시 카탈루냐의 독립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EU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승인할 시 스코틀랜드, 플랑드르, 베네토 등지에서도 독립 시도가 이어지면서 EU의 분열 리스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카탈루냐의 이번 독립추진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타협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다.
특히 그동안 중앙정부 통제에 있던 조세 징수와 재정지출, 항만, 공항, 철도 관리 등에 대한 자치권을 카탈루냐 정부에 상당폭 이양하는 선에서 정치적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는 일부 예상도 나온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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