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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대입 자기소개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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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대입 자기소개서 유감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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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고 와서는 완전히 멘붕이 됐어요. 연구소 첨삭하고 논술 학원 첨삭이 완전히 달라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네요. 어떻게 해야 하죠?” 며칠 전 한 지인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다. 대학입시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 끝나가는 마당에 자기소개서를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할지 고민이라는 이야기이다.


한 달 전부터 자기소개서 준비에 들어간 이 집 아이는 서울 대치동의 한 ‘자기소개서 첨삭 연구소’에 비용을 지불하고 자기소개서를 완성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걸 최종 점검 차원에서 다시 다른 논술 학원에 의뢰했더니 그동안 고치고 고친 내용을 모두 뒤엎으라는 첨삭 의견이 당도했단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이 학부모는 주변에 이메일로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보내 의견을 구하고 있는 중이란다.

나에게도 이메일이 왔다. 최초 작성본과 연구소 첨삭본, 논술학원 첨삭본 이렇게 세 개의 파일이다. 자소서는 크게 네 가지 항목에 대해 학생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첫 번째 항목이다. 연구소에서는 이 항목에 대해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코멘트를 했고, 학생은 이 코멘트에 충실하게 한 단락을 잘 채워놓았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논술학원에서는 ‘불필요하다. 삭제하라’는 의견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런 식으로 두 '전문가'의 의견은 1번부터 4번 항목까지 거의 모든 지점에서 엇갈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수험생의 멘탈이 붕괴상태에 이르는 것은 당연지사. 이들 전문가 말고도 이 학부모 주변 인사들의 온갖 코멘트가 더해져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에서 나까지 한 마디 거들어 혼란을 부채질할 필요가 있겠나. 나는 작성자가 이제 고3학생이라는 점에 충실하게 상식선에서 제출하는게 좋겠다는 하나마나한 말로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지인에 대한 조언은 이렇게 끝냈지만 어찌 이 집 딸만의 문제겠냐 싶어 자기소개서 양식을 찬찬히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지금 수준의 대학입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라는 요구는 한마디로 난센스라는게 내 소견이다. 무엇보다 자소서의 양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 고등학교 기간동안 학업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작성하라는 1번 항목은 고등학교 기간 동안 주야장장 학업만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암묵적 전제하에 행해지는 질문이다.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고등학교 실정에서 학생들이 주로 하는 게 시험공부일텐데 그저 단순 무식하게 열심히 하는거 말고 특별히 뭐가 있겠나.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 순위를 매긴다는 점에서, 우리의 아들딸들은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답변을 위해 진솔 평범과는 거리가 먼 온갖 작위적인 진술들을 찾아 헤맨다는 점에서 학생들을 괴롭히기만 질문일 뿐이다. 여기에 대한 1천자 답변으로 어찌 학생들의 수학능력과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은 더욱 난센스다. 전공에 대한 지원동기와 우리 대학이 수험생을 뽑아야하는 이유를 쓰라고 하고 있다. 아마도 수험생 자신이 지원하는 학과 전공에 대한 적합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고 싶다는 취지 같은데. 대학 학부에서 전공이 갖는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데 나에게 답답함을 하소연했던 지인의 딸은 경영학과를 지원하고 있는데, 건건마다 충돌했던 두 입시학원의 의견은 여기에서만은 일치했다. 전공적합성을 최대한 드러내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진로가 열두 번도 더 바뀔 지금 10대의 대입수험생들이 무슨 전공을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경쟁적으로 답변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의 대학은 엘리트가 아니라 대중교육기관이다. 지금의 대입 자소서는 우리 대학의 현주소와도 맞지 않고, 사교육 접근도에 따라 함량이 좌우되는 괴문서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우리의 아들딸들을 이 황당 자소서 작성부담에서라도 해방시키자.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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