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북한 외무성이 11일 새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향해 "사상 유례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밝히며 고강도 도발을 시사했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에서 "미국이 안보리에서 보다 더 혹독한 불법무법의 제재결의를 끝끝내 조작해내는 경우 우리는 결단코 미국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최후수단도 불사할 준비가 다 되여 있다", "다음번 조치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사상 유례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는 등의 표현으로 미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세계는 우리가 미국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강력한 행동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취하여 날강도 미국을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 강도 높은 도발을 연속해서 진행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결의안을 11일(현지시간) 표결해 달라고 유엔 안보리에 요청한 상태다.
북한이 성명을 발표한 새벽 3시는 미국 뉴욕시간으로는 표결 하루 전 오후 2시로 성명의 타깃이 미국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북한이 압박했다 해서 미국이 대북제재의 강도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무성의 이번 성명은 향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이미 핵·미사일 완성을 향한 시간표를 설정해 놓고 추가 도발의 빌미로 안보리 제재를 악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외무성이 기관 차원에서 내놓는 입장으로는 가장 수위가 높은 '성명' 형식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의례적인 협박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외무성에서는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때 '성명'이 가장 무게감이 크고 그 아래로 대변인 성명, 담화, 대변인 담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등의 형식을 택한다.
북한이 경고한 '최후수단'은 우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의 정상각(30∼45도) 발사가 거론된다. 북한은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화성-14형을 발사했지만 모두 정상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했다.
'화성-14형'을 정상각으로 쏜다면 사거리가 8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뿐 아니라 알래스카와 미국 서부 연안 워싱턴주의 대도시 시애틀까지 닿을 수도 있다.
북한이 '최후수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미사일에 '핵물질'은 뺀 핵탄두 모형만 탑재하고 대기권에 재진입시킨 뒤 상공에서 터트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ICBM 개발의 마지막 난관인 재진입 기술까지 갖췄다는 점을 과시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난달 2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시찰 당시 정보를 노출한 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3형'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이미 위협한 바 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이용한 '괌 포위사격'도 현실화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괌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화성-12형' 4발을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화성-12형'을 일본 상공을 통과해 2700여㎞를 날아 북태평양에 떨어뜨린 바 있는데, 이번엔 보다 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사거리도 북한이 예고한 3356.7㎞에 근접하게 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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