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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대통령의 '직접민주주의',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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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기반해 국민·당원 중심…정치 견해 직접 표현·반영

與, 유럽식 시스템 도입 추진


불신의 기성정치와 차별화

탄핵정국 기점, 국내서도 점화


정치도 '크라우드소싱' 활용

시민의견 모아 현실정치 투영



단독[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평소 정치를 구경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한 표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보고는 국내 정치권에 디지털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당장 파장을 불러왔다. 집회 참여와 인터넷 댓글 달기, 정당의 권리당원 참여, 정책 직접 제안까지 거론하고 나서자 야당은 간접민주주의인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디지털 민주주의는 유럽 등 서구 정치권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다.


국내에선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돼 오다가 '앙시엥 레짐(Ancien Regimeㆍ구체제)' 탄핵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최근 새 단장한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실험 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는 국민청원ㆍ제안 코너를 신설하고 토론방에선 네티즌이 댓글로 논쟁을 벌이도록 했다. 덕분에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등 청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정당의 경우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옛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등 탈당파 12인이 올해 초 창당을 선언한 신당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계파 정치 등 구태에 반발해 탈당한 만큼 전혀 다른 출발점을 모색했다. 그러나 '대안 정당론'은 탈당파의 바른정당 입당으로 무산됐다.


당시 남 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정당에 접목돼 순식간에 국민의 의견을 집계, 반영하고 토론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자체 온라인 의사결정 플랫폼과 크라우드소싱 등에 방점이 찍혔다.


무산된 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추구하는 디지털 직접민주주의의 벤치마킹 모델은 스페인 원내 3당인 '포데모스'와 아이슬란드 원내 2당인 '해적당', 이탈리아 '오성운동', 아르헨티나의 '넷파티' 등이다. 이들은 첨단 디지털기술과 정보의 투명한 흐름을 이용해 반부패ㆍ반엘리트주의의 깃발을 내걸었다.


온라인 의사결정 프로그램으로는 '루미오'(포데모스) '엑스피라타'(해적당) '데모크라시오에스'(바르셀로나 엔 코무) 등이 꼽힌다. 이 중 진화심리학 전공자가 직접 만든 루미오는 소수 구성원의 의견까지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구조와 투표 기능을 갖췄다.


국내의 정당 관계자는 "'화이트 해킹'과 같은 원리를 지닌 운영프로그램들"이라며 "기존 정치체계를 성능을 개선해야 할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이 시스템의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는 엘리트 정치인 위주로 잘 짜인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일종의 해킹인 셈이다.


이런 형태의 정당들은 정치영역에서 크라우드소싱도 활용한다. 크라우드소싱은 미국에서 아마추어 트레이더들이 지혜를 모아 투자에 활용하는 기법이다. 정치권에선 일반 시민의 아이디어를 모아 현실 정치에 투영한다는 개념으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집단지성'이 이에 해당한다.


이같이 새로운 정치행태가 닻을 올리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적폐청산'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국회 법안 발의의 70%가량은 이익ㆍ이해단체와 관련됐다"면서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는 국민이 직접 청원한 법안을 위탁받아 정치권이 발의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존 정치의 틀을 바꾸려는 이 같은 실험이 국내 정치권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착에 성공한 해외 사례들은 대부분 기성 정치권이 아닌 좌파 시민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 30대 젊은 층에 기반을 둔 운동이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스펙트럼을 어느 정도 지녔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 상황이다.


또 새로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스페인의 포데모스처럼 당 노선을 둘러싸고 내분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지금도 (국민과 당원은) 모바일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고 (이를) 반영한다"면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게 시대 정신이며 국민과 당원의 명령이다.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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