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6' 내년 8월에 문 열 예정…실제 취조실 재구성하기도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서울 남산 예장자락에 있던 '중앙정보부 6국'이 인권 광장·전시실로 바뀐다.
서울시는 군부독재 시절 고문 수사로 악명을 떨친 중앙정보부 6국 공간을 내년 8월까지 인권을 주제로 한 광장과 전시실로 조성한다고 15일 밝혔다.
공간의 이름은 '기억6'이다. 중앙정보부 6국을 의미하는 숫자 '6'과, 부끄러운 역사를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억6은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이 있는 300㎡ 면적의 광장으로 이뤄진다. 빨간 우체통은 거대권력의 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받던 장소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광장에는 6개의 기둥이 세워진다. 지난해 8월 해체한 중앙정보부 6국 건물 잔해를 활용한 것이다. 각 기둥에는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문구가 새겨진다.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은 최근까지 시 남산2청사로 사용되다가 지난해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가 모두 철거됐다.
전시실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분된다. 지하에는 실제 중앙정보부 6국 건물에 있었던 취조실을 정밀 해체한 뒤 재구성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지상 1층에는 자료 검색을 할 수 있는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 등이 설치된다.
기억6은 시의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의 하나다. 시는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의 철거·활용에 대한 논의 끝에 '해체 후 재구성'을 지난해 3월 결정했다. 이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기획회의, 기초자료 조사, 인권 전문가 자문, 고문 피해자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간 조성의 방향을 정했다.
고문 피해자인 녹색병원 설립자 양길승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장은 "공간을 완벽히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상처를 딛고 새로운 시대적 경험을 통해 다른 걸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는 아직도 두려움, 트라우마, 다시 환기되는 것에 대한 거부 등이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강물이 쓸려 정화된 것처럼 한다면 그것 역시 역사에 대한 기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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