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성적경쟁·입시부담 경감 목표 불구
"교육여건 우수한 외고·자사고로 몰릴 것" 우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난 13일 교육부에 고교학점제와 시·도교육청으로의 권한 이양, 교육 관련 공공부문의 고용안정 등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을 실행할 전담팀이 공식 출범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공언했던 교육개혁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고교학점제정책팀'은 학점제 도입과 관련한 세부 계획을 만들고, 이와 관련된 정책을 연계·조정해 새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이미 지난 5월부터 교육학 전공 교수, 현장 교원, 시민단체 등 14명으로 꾸려진 '고교학점제 전문가 TF'를 가동하고 고교학점제현장 적용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일선 학교 고교생들이 대학 수업처럼 학생이 강의실을 다니며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해 듣고 학점과 졸업을 연계하는 제도다. 고교 필수교과를 최소화하고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확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다.
대표적으로 서울 도봉고의 경우 이미 학생의 흥미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고교학점제와 비슷한 형태의 개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 과목의 경우 필수인 '한국사'와 '공통사회' 이외에도 '법과 정치', '국제경제', '과제 탐구' 등을 선택과목으로 개설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는 과도한 성적 경쟁과 입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받게 함으로써 고교서열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일반고가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넓혀 교육과정이 다양해지면 특목고 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더라도 높은 등수를 받기 쉬운 대형 강의에만 학생들이 몰릴 수 있고 교실과 교원을 확충해야 하는 점은 당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학 서열화가 유지되고 고교 교육이 대입을 목표로 하는 한 일선 학교는 입시에 유리한 과목 중심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들도 이같은 수업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기획위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내신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평가방식인 상대평가가 적용되면 수강 학생 수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 탓이다. 소수의 학생이 듣는 수업의 경우 상대평가에서는 1등급이 겨우 한명 나오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고교학점제 하에서는 각 수업의 수강 기록과 담당교사가 관찰한 특기사항 등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돼 대학입시 자료로 활용된다. 대학 측에서는 학생이 고교시절 공부한 과목과 이수 학점(시간) 등을 살펴 지원한 대학, 지원한 학과에 입학할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에 반대하는 많은 학부모들이 이 고교학점제를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부모들은 또 교육 과정은 물론 학교 시설, 교원 수급 방식 등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다는 점을 우려한다. 준비된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혜택을 보는 반면, 그렇지 못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차별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들은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 개설이나 학점 취득에 있어 한계가 따를 수 있고, 학교간 연계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부모 강용진(서울 사당동) 씨는 "일반고보다 우수한 교육 여건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외고·자사고, 그리고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고교의 경쟁력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며 "현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과 고교학점제는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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