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5개 대기업 특허 모두 취소
기재부·관세청 연루…컨트롤타워가 없다
朴 지시로 이미 면세점 포화…올해말 롯데 코엑스점 입찰 여부 불투명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관세청의 면세점 특혜 의혹이 '면세점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2015년 두 차례에 걸친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이뤄진 정황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여당에선 이를 박근혜 정부의 '제2의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국정조사까지 추진할 태세다.
점수 조작을 통해 최종 면세사업자가 뒤바뀐 1~2차 특허심사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신규 특허수를 크게 늘린 지난해 3차 특허심사도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입찰 자체가 무효가 될 상황에 놓였다. 이 경우 새로 문을 연 면세점들이 무더기로 특허가 취소될 수 있고, 업계가 대혼돈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차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롯데와 당락이 바뀐 한화갤러리아63면세점은 한화 소속 직원 130명을 포함해 총 1200명이 근무 중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의 특허만료로 치러진 같은 해 2차 입찰에서 롯데를 누르고 특허권을 받은 두타면세점에도 현재 직접고용 300명, 브랜드 파견직까지 포함해 1200명이 일하고 있다.
3차 입찰에서 선정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6월 특허만료로 뿔뿔히 흩어졌던 1300명이 일터로 돌아왔다. 롯데와 함께 3차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현대백화점은 150여명을 이미 채용하고 공식 개장을 준비 중이다. 신세계DFS는 아직 신규채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강남점 오픈을 위해 매장 디자인 등을 검토하는 단계다.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어부지리로 선정된 한화와 두산은 물론, 3차 입찰 자체가 위법 사항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이미 올해 초 재개장한 롯데월드타워점과 오픈을 준비 중인 현대와 신세계도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허취소로 인한 '강제 구조조정'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5개의 특허가 모두 취소되면 4000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서 2015년 2차 입찰에서 롯데와 SK워커힐이 특허를 잃었을 당시에도 일자리 논란이 벌어졌다.
일각에선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된데다 면세점 게이트까지 겹치면서 자발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특허권이 남발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면서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신규면세점들은 잔류를 선택했다. 한화 관계자는 "관세청을 상대로 한 로비는 내부적으로 확인해봤으나 전혀 없었다"면서 "특허 자진반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면세업계가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면세정책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면세점 특허권을 쥔 관세청과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도 면세점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사실상 정책결정권을 갖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올해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재입찰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기재부가 관광통계 기준마저 뜯어고쳐 특허를 남발하면서 이미 서울시내 면세점은 포화상태인 탓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과거 정부의 경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체 혁신안을 통해 해결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회와 전문가들이 다 같이 참여해 면세점 특허제도를 개선할 때까지 당분간 이 상태가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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