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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슈즈트리와 지총미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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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슈즈트리와 지총미투리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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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지를 한 올 한 올 가늘게 꼬아 정성 다해 삼은, 그 지총미투리를 보러가면서 필자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듯한 설렘을 느꼈다. 얼마 전 숙명여대 박물관에 가면서 그랬다. 수장고에 고이 간직되었다가,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 지총미투리는 마치 기둥 뒤에 숨어 사랑하는 이를 훔쳐보는 수줍은 소녀 같았다. 나무로 만든 짙은 갈색 신틀에 신겨진 이 신발은 한마디로 '우아한 자태'였다. 발에 신는 신이 어찌 이리 고울 수 있을까…어느 명품 구두와도 비길 수 없다.


우유 빛의 흰색이 마치 광택 없는 비단 실처럼 빛났다. 앞볼과 양옆을 싸는 신총은 한 가닥 한 가닥 고르게 열 맞추어 세워져있고, 신 바닥까지 곱게 꼰 한지 끈들이 가지런히 짜여 있었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발의 크기나 모양으로 보아 거친 남정네의 신은 아니다. 신발의 총길이 22.3cm, 폭 7.8cm로 조붓해서, 조그마하고 오이씨 같은 버선발에 신었던 가녀린 여인의 것임이 분명하다. 뒤집어 신발 바닥을 보니 뒤꿈치 부위에 조잡하게 오린 갈색 가죽이 거칠게 꿰매져 있었다. 당시로는 두꺼운 가죽을 정교하게 자를 만큼 잘 드는 가위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흐트러짐 없이 깨끗하고 예쁜 모습이 새 신발 같았으나, 신창을 보니 신었던 게 분명했다. 발바닥 앞쪽이 닳아 있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조선 왕조 시대에 신었던 신발이다. 어느 누가 신었던 미투리였을까…

우리 조상들이 신었던 신발은 형태와 재료에 따라 구분되었다. 장화처럼 신목이 긴 신발은 가죽으로 만들어 화(靴)라 하여 관리들이 관복에 따라 신었고, 신목이 낮은 신발은 혜(鞋)로 생활 주변에 있는 여러 재료(가죽, 비단, 놋쇠, 나무, 볏짚, 삼, 왕골, 종이 등)를 이용하는 재주가 있었다. 이것들 중 가죽, 비단, 놋쇠, 나무 등의 신발은 반가에서 신었고, 볏짚 등 식물이 재료가 되는 초혜(草鞋)는 서민의 신발이었으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초혜들은 미투리라 하여 양반들이 신기도 하였다.


이런 서민들의 신발 가운데 지혜(紙鞋)인 지총미투리에 특별한 관심이 가는 것은, 다른 초혜들과 달리 그 재료가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지총미투리는 '천자(賤子)의 신'으로 반가에서는 신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떤 서민, 아니 천민이 이렇게 정교하고 우아한 신을 왜 신었을까.

기록에 의하면, 숙종9년(1683년)에 지총미투리의 유행이 큰 사회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지총미투리는 한지가 있어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절, 종이가 귀해서 일반인들은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양반집의 서책들이 도난당했고, 심지어 궁 안에 소장된 서류까지도 빼돌려 지총미투리를 삼았다고 했다. 급기야 지총미투리를 신지 말라는 '어명'까지 떨어졌으나, 그 유행을 막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헌 신발 3만 켤레로 높이 17m, 길이 100m, 무게 3t의 초대형 설치미술작품 '슈즈트리'가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서울역 광장에 등장했다. 이를 보고, 지저분한 흉물이라며 철거를 주장하는 가하면, 매우 훌륭한 예술작품이란 평가도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


지총미투리는 비록 발에 신는 신으로 만들어졌지만, 수 백년 후의 후손에게 이처럼 짙은 감동을 주니, 이것이 바로 진정한 예술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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