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입학은 인정, 그 외 모든 혐의는 '모르쇠' 일관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가 31일 덴마크로부터 송환돼 입국했다. 삼성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뇌물수수 의혹의 핵심 수혜자인 만큼 국정농단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넣 27번 출입국게이트에는 취재진과 검찰 관계자, 공항 직원 등 약 150명이 몰려들었다. 정씨에 앞서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몰려든 인파를 보고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항 내 비치된 TV에서 흘러나오는 정 씨의 송환 보도에 여행객들도 귀를 기울였다. 동남아시아 지역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최모(34)씨는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한 일당의 마지막 인물이 이제 한국에 들어온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철저히 수사해 그동안 얽힌 실타래를 풀고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날 오후 3시 16분 경 민트색 후드를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탑승교를 건너 출입국게이트로 도착했다. 탑승교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며 걸어왔다. 푸른 천으로 손에 찬 수갑은 가린 채였다. 정 씨는 취재진에 둘러싸였어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연달아 이어진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하는 편이었다.
정 씨는 귀국 이유에 대해 "가족과 없이 혼자 오래 있다보니 빨리 입장 전달하고 오해 풀고 해서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혐의에 대한 질문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화여대 특혜 입학과 입학 취소 관련 혐의도 인정했다. 정 씨는 "학교를 안 갔고 내 전공이 뭔지도 모를 정도인데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며 "한 번도 대학에 가고 싶어한 적이 없다.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의 특혜 지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 씨는 "어머니가 삼성전자 승마단이 또 승마 지원하는데 그중에 6명 지원하는 중에 1명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저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해외 체류 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정 씨는 아이가 보모가 여전히 덴마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 체류 비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대답으로만 일관했다. 앞으로 필요한 체류 비용 및 변호사 수임료 등에 대해서도 모른다고만 답했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서도 "어머니와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일은 하나도 모르고 들은 바도 없다"며 "뉴스도 검색해보지 않았다. 국민들께 죄송하지만 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제3자 뇌물수수, 업무방해, 외환관리법 위반 등 3가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꾸린 '정유라 호송팀'이 이날 정씨를 체포하면서 제시한 체포영장에는 어머니 최 씨 등과 공모해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이대 입시 및 학점취득 과정에서 불법으로 특혜를 받은 혐의(업무방해)와 함께 신고절차 등을 어기고 돈을 독일로 반출해 주택 등을 구입한 혐의(외환관리법 위반)가 적시됐다.
검찰은 삼성이 최 씨 측에 돈을 건넨 이유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 모두 재판 과정에서 '부정청탁'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정 씨가 청탁 과정의 중심에 실질적인 수혜자인 만큼, 정씨를 통해 삼성의 지원과정이 상세히 파악될 경우 국정농단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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