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번째 재정사업은 '1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어떤 사업에 얼마의 예산을 투입할 지 제시되지 않았지만, 공공분야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추경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추경을 어떻게 쓸 것이냐에 대한 반대가 많다.
20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다음주 차관 인사가 단행되면 본격적인 추경 편성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일자리위원회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추경 편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힘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쏟아붓겠다"며 "일자리 100일 플랜을 세우고 즉각 일자리 추경예산 10조원을 편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는 오직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추경 1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대량실업 상태이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경우'이어야 요건을 충족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가장 높은 4.2%를 기록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10개월 연속 감소했고, 자영업자 수는 9개월 연속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11.2%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나 지난해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우려 등으로 추경을 결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여야의 합의만 있으면 요건을 충족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기재부는 대선 이전에는 추경 편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최근 태도를 180도 바꿨다. 기재부는 지난 12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하다"며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이 편성될 경우, 예산의 대부분이 공공분야 일자리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 직전, 문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에 소방관과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경찰, 근로감독관, 부사관, 교사 등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뽑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경우 이를 지원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채용하면 정부가 1명의 임금을 3년 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검토되고 있다.
야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추경 자체에 대한 반대가 강하진 않다. 그러나 공공분야에 단기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하고, 미래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공공일자리 확대는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정책위의장은 "양질의 항구적인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지적한다"며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를 통해 영세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이 힘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추경이 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9일 "단지 공무원 숫자 늘리기를 위한 추경이라면 좀 더 깊이 생각했을 때 동의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이것이 또 다음 세대로 계속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실업문제를 놔두고 무조건 반대만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공공분야 예산투입을 줄이고 민간분야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을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효율적, 생산적으로 예산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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