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기국,11일 오전 탄핵 후 첫 반대집회에서 밝혀...참가자 숫자 줄고 분위기 가라앉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민우 기자, 정준영 수습기자, 이승진 수습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첫 주말인 11일 오후 친박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불복종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파면 결정에 대해 "역모이자 반란"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서울 대한문 앞 시청광장에서 열린 '제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전에 비해 확 줄어든 참가자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집회 분위기도 전날의 폭력적·광기어린 분위기보단 한층 가라앉았다.
전날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선 욕설·폭행과 경찰차 탈취 등 흥분한 참가자들이 격렬히 저항하면서 3명이 사망하고 경찰 수십명이 다치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서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불복을 선언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성명서를 낭독해 "탄핵 결정은 헌재발 역모였고 반란"이라며 "심판 과정에서 꼭 필요한 증인도 증거물도 모두 외면했고, 이번 사태를 설계한 고영태 일당과 구체적으로 작업한 검찰과 언론의 특정 인사에 대해 단 한 줄도 판결문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의 구성 요건인 정족수마저 외면하고 말도 안 되는 판결문으로 국민을 우롱하면서 정의와 진실을 외면한 이 판결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연사로 무대에 올라 헌재의 판결을 비난하면서 '탄핵 불복'을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탄핵 인용은 국회가 아닌 헌재가 한 일"이라며 "국회가 증거조사도 안하고 소추하고 특검조사. 소추할 땐 증거없었는데 재판하다가 증거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나라 법치주의는 끝났다"며 "혁명검찰이 나서서 인권을 짓밞는 검찰공포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집회가 한창 중인 오후 2시40분 께 시청광장에 마련된 '애국분향소'에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전날 탄핵반대 집회에서 사망한 이들에게 분양한 박 전 이사장은 "탄핵 인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당성이 부족한 탄핵으로 정치적 타살"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북한을 이롭게 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자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오히려 내란죄"라고 주장했다.
도 "언니(박 전 대통령)와 접촉한 적은 없다. 사저로 오면 만나볼 계획"이라며 어린 시절 언니와 함께 보냈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불소추를 보장하는 헌법 84조를 위반한 초헌법적·탈헌법적 탄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날 박 전 대통령을 면회하려다 실패한 조 의원도 단상에 올라 "애국국민 세명이 경찰의 잘못으로 죽었다"며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찰총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500만 태극 국민이 있어 외롭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1000만명이 모여서 박 전 대통령을 지키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적히는 검은 쪽지가 등장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연사로 무대에 오른 강사근 1919삼일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국민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간첩이 횡행하고 있는 증거"라며 "종북 집단을 타도해야 한다고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장모(75)씨는 "장 모씨(75) "탄핵심판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다"라며 "우리가 고생해서 키운 나라인데 헌재의 단심제란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것은 납득 못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4시경부터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방향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인근 시민들의 환호와 격려를 받은 촛불집회의 행진과 달리 '그들만의 행진'으로 진행됐다.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탄핵불복집회 행렬을 보고 유아들이 팔을 흔들자 함께 있던 부모가 황급히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이들은 회현역, 남대문 시장 등을 거쳐 다시 시청광장으로 집결할 예정이다. 집결 후에는 정광용 대변인이 새로운 집회 행동강령과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 일정을 발표한다.
한편 경찰은 전날 집회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사상자가 속출했던 점을 고려, 207개 중대 16500명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집회 참가자 사이에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사상자가 나올 정도의 충돌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정준영 수습기자 labrie@asiae.co.kr
이승진 수습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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