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 경고용'으로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옵션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한반도에 위기감이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고려할 수는 있으나 현실화 가능성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를 막기 위해 미국에만 계속 의존하는 정책을 고수할지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핵무장을 통해 북한의 핵고도화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핵무장 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폐기, 핵비확산조약(NPT) 탈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가 염려스럽긴 하지만 재래식 무기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고비용 저효율'의 국방정책을 '저비용 고효율'의 국방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일축할 수 없는 실정이다.
◆NYT "한국에 전술 핵무기 재배치“보도 =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의 회의는 지난달 28일을 포함해 두 번 열렸다면서 회의에서는 모든 대북 옵션이 논의됐으며, 이중에는 한국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효과를 내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북한의 위협은 미국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질기다"고 진단했다.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는 북한과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현재 검토되는 것으로 보도됐다. 늦어도 이달 중에는 '트럼프표 대북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지난 1991년 남ㆍ북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한반도에서 철수시킨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무기로는 항공기용 폭탄과 핵지뢰, 핵어뢰, 155mm 포탄 등이 있다.
◆"전술핵 재배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늘릴 것"=이 같은 보도에 대해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실장은 “북한의 핵무장화를 정당화할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전술핵 재배치 시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함으로써 미중, 미러 관계는 물론, 한중 한러 관계도 악화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정 실장은 6일 아시아경제에 토비 돌턴 미국 카네기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국장은 지난해 6월 국립외교원이 한국핵정책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한미 핵정책 국제회의'에 참석해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면서 "그 같은 무기는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이어 한반도에서 핵을 사용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면 B-52나 또 다른 미군 전략자산인 B-2 스텔스 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이용해 원거리에서도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항공용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미국이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그는 풀이했다.
정 실장은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재배치되면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약화돼 북한은 핵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고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하고만 대화하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리고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해 미중, 미러 관계뿐만 아니라 한중, 한러 관계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은 전술핵무기의 재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에 요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 실장은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지었다.
◆전술핵 재배치냐, 독자 핵무장이냐 그것이 문제=정 실장은 한국으로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 외교, 안보, 통일, 경제 차원에서 훨씬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펴온 자체 핵무장론이다.
정 실장은 한국의 독자핵무장론의 장점을 다섯 가지 꼽았다. 첫째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면 4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 핵우위가 순식간에 붕괴돼 북한은 한국과의 군사대화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둘째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북한에게는 한국의 핵무기가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인 만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할 필요가 줄어들어 미국 본토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해질 것이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그들의 안보에 덜 위협적인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넷째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효과가 제한적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 없게 되기 때문에 한중 관계는 현재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긴밀한 협력 관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면 재래식 무기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어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의 국방정책을 ‘저비용 고효율’의 국방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 실장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수행하기를 원치 않고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에게 한국의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약소국(弱小國)’의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의 경제력과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 지위에 어울리는 ‘강중국(强中國)’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의 주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 이럴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뒤따를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 제재를 받을 경우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론도 있다.전술핵 재배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소극적 대책이라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무기를 도입하면 그것에 대응해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는 등 수세적, 종속적 입장을 취해왔다"면서 "이는 북한 핵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닌 소극적 해결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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