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중심 중앙집권적 경영 방식 포기…각 계열사 책임 경영 체제 전환
형식과 내용에서 '그룹' 개념 파기…이재용式 '뉴삼성'철학 구체화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원다라 기자]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것은 지난 58년간 유지해온 중앙집권식 경영방식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그룹 내부에서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각 계열사가 '그룹'의 지휘를 받지 않는 책임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며, 내용면에서는 재벌기업의 대명사였던 '그룹'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전실의 기원을 1959년 이병철 전 회장이 만든 삼성물산 비서실로 본다면 58년간의 경영 틀이 바뀌는 것"이라며 "하지만 형식과 내용에서 그룹 개념을 파기하는 만큼 창립 79년 삼성 역사의 대변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삼성의 쇄신안이 '삼성'이라는 이름 외에는 모든 것을 바꾸는 '뉴삼성의 선언'이라는 얘기다. 비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영어의 몸'이 됐지만 지난해 경영 전면에 섰을 때 내세웠던 '뉴삼성'의 철학도 구체화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이재용 부회장 철학 반영=이번 쇄신안에 따라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미전실은 완전히 해체되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독자 경영을 펼치게 된다. 각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로의 전환은 평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미전실을 해체하고 해외 선진 기업처럼 이사회 중심으로 책임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미전실은 그동안 외부로부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미전실 해체는 그동안 비난을 받았던 '비선에 의한 경영'이 아닌 말 그대로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경영철학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 청문회 발언에서 잘 나타났다. 이 부회장은 당시 "미전실 해체를 검토하겠다",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미전실이 담당하던 채용, 인사, 투자, 인수합병(M&A), 경영진단, 사업재편 등 주요 의사 결정은 계열사 이사회와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쇄신안에는 선언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어서 구체적인 방식은 각 계열사 경영진의 몫으로 남겨졌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구체적인 전략이 수립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1959년 삼성물산 비서실서 출발, 미전실은 완전 해체 길=미전실의 기원은 1959년 이병철 전 회장이 만든 삼성물산 비서실이다.
비서실은 이후 구조조정본부(1998년), 전략기획실(2006년)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삼성은 전략기획실을 폐지했으나 업무지원실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후 2010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미래전략실로 부활했다.
일부 기능이 남아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그룹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에서 비교 불가하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의지를 받들어 미전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 계열사의 업무를 조율해왔던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삼성그룹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전실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삼성그룹의 이름으로 진행하던 수요 사장단회의,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등의 행사도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경영 승계 영향 없을 듯=미래전략실의 주요 역할 중 하나였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약 3년간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진행해 왔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승계의 밑그림은 완성됐다는 분석이다.
미전실이 해체되더라도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등 큰 줄기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이 해체되고 각 계열사가 독립 경영을 하더라도 그룹 총수로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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