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4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슈만·브람스·라벨 등 연주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모든 예술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음악에는 작곡가가 삶 속에서 느낀 모든 감정들이 에센스처럼 담겨 있어요. 피아노라는 도구로 그 영혼을 탐구하고 본질을 드러내는 데 깊은 사명감을 느낍니다."
한국인 최초로 인터내셔널 버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2012, EMI Classics)을 녹음해 클래식 음악계에 반향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임현정(31)은 모든 예술이 표현의 도구만 다를 뿐 결국 삶의 본질을 마주하는 점에서는 일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공연 이후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임현정은 오는 2월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만(카니발), 브람스(8개의 피아노 소품), 라벨(거울), 프랑크(전주곡, 코랄과 푸가)를 연주할 예정이다.
임현정은 2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에서만 활동을 하다 보니 고국에 돌아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연주를 하는 게 꿈이었다"면서 "2년 만에 독주 기회를 갖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문을 뗐다.
12살에 혈혈단신으로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임현정은 콩피에뉴 음악원에 입학해 2003년 프랑스 최고의 음악학교인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최연소로 입학하고, 2006년 최연소로 수석 졸업했다. 2012년 선보인 첫 앨범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해 화제를 모았다. 100년이 넘는 EMI클래식 역사상 베토벤 전곡을 녹음한 연주자가 80여명에 불과한 데다 2002년 피아니스트 임동혁 이후 10년 만에 선택한 한국인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앨범으로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와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에서 1위를 오르며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된 '왕벌의 비행' 연주는 특유의 강하고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그만의 개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최연소', '수석' 등 화려한 수식어가 주는 무게와 달리 그는 자유로워지고 싶어 음악을 선택했다고 한다. 임현정은 "어느 날 음악의 선율이 세포 하나하나를 뚫고 들어오듯 절대적으로 다가왔다"면서 "음악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준 통로이자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대상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기의 연주행위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작곡가의 작품은 물론 연주자의 표현도 보이는 않는 에너지를 잘 담아내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연주 시작 전과 끝, 공연장을 메우는 '침묵'에 깊은 의미를 담았다. 임현정은 "침묵은 첫 음이자 마지막 음"이라면서 "연주를 마쳤을 때 느껴지는 침묵의 소리로 연주의 완성도를 스스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임현정은 앞서 지난해 12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 중 유명 소나타를 선곡해 작업한 앨범을 발매했다. 국내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프랑스 보르도, 툴루즈, 루앙 공연과 바렌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준비 중이다. 이외에 2016년 프랑스에서 출간한 에세이집 '침묵의 소리(알방 미셸)'이 같은 해 10월 한국(청미래 출판)에서 발간된 것을 기념해 이탈리아 팔레르모 대학교, 스위스 프리부르와 뇌샤텔 주 중·고등학교에서 토크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임현정은 "프랑스로 떠난 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맞는 첫 명절이라 더욱 기대된다"면서 "이번 공연은 물론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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