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악 눈사태 30명 사망 추정…시신 3구 수습

폭설·지진 후 대형 눈사태 발생
리고피아노 호텔, 사고 여파로 10m 이동
사고 지역 접근 어려워 구조작업 난항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이탈리아 중부의 한 호텔이 지진을 동반한 눈사태에 뒤덮인 사고가 발생해 투숙객 등 3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구조당국은 중부 아브루초 주 페스카라 현 파린돌라에 있는 리고피아노 호텔에 거대한 눈사태가 덮쳐 투숙객과 호텔 직원 등 3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현재까지 희생자 시신 3구를 수습했다.

이번 사고는 18일 정오를 전후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고피아노 호텔은 사고 여파로 원래 있던 위치에서 10ｍ가량 이동했다.

구조당국은 호텔 내부에 쌓인 눈과 붕괴된 건물 잔해가 뒤섞여 있어 구조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폭설과 지진으로 도로 대부분이 끊겨 구조대가 진입하기 위해선 헬리콥터나 스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또 대형 장비를 사용할 수 없어 삽이나 소형 도구로 구조와 시신 수습에 나서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지역엔 최근 며칠간 최대 2ｍ의 폭설이 내렸고, 사고 전날 규모 5.2∼5.7의 지진이 4차례나 발생했다. 당국은 약해진 지반이 흔들리면서 대형 눈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일부 투숙객들이 산사태 직후 "추위에 죽어가고 있다. 도와달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 호텔에 투숙했다 구주된 2명 중 1명인 잠파올로 파레테(38)는 현지 언론에 "차에서 물건을 꺼내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간 순간 거대한 눈더미가 쏟아졌다"며 "아내와 두 아이가 무너진 호텔 잔해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리고피아노 호텔은 스파 시설을 갖춘 4성급으로, 겨울이면 인근 그란 사소 국립공원에서 스키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으로 알려졌다. 일라리오 라케타 파린돌라 시장은 "지난 주말엔 200여명의 투숙객이 있었지만 (사고 당일이) 평일이라 그나마 희생자가 줄었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진에 혹독한 겨울 날씨가 겹치며 이탈리아는 유례없는 딜레마에 처했다. 가용할수 있는 모든 기관을 동원해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했다.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역엔 최근 나흘 째 계속된 폭설로 10만 가구에 전기가 끊기고 마을 곳곳이 고립됐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