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23일 코스피는 이틀 연속 상승에 성공하며 1987.95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990을 훌쩍 넘기며 2000선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상승폭이 둔화되며 1990선 밑에서 마쳤다.
외국인이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고, 기관 역시 4065억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연기금은 321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난해 1월29일 이후 처음으로 3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상승하며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등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환율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미국의 경기 호전이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23일 코스피는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모처럼 2거래일 연속 동시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코스닥시장은 1.7% 이상 급락세를 연출하며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자산별·지역별 차별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 및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을 둘러싼 매크로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선진국과 신흥국이 차별적인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최근 달러인덱스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2003년 4월 이후 무려 13년 8개월 말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와 같은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미국 다우지수는 이번 주에도 사상최고치를 재차 경신하며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현실화 과정에서의 우려감 내지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에 선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신흥국 전반의 통화가치 약세(달러화 강세) 및 불확실성 증대로 단기간 내 탄력적인 상승전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 유지, 리스크지표의 하향 안정화,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감, 코스피 밸류에이션상 박스권 하단 등을 감안했을 때 코스피의 추가적인 하락 리스크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수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각 국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주요 척도 중 하나로 삼는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 의회 연설에서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 선진국에서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1%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하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원자재가격의 반등이다. 특히 공급과잉 우려가 줄어들며 상승한 유가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중국 과잉공급산업 구조조정도 철강 및 석탄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
둘째, 정책적 효과이다. 트럼프 정부의 재정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기대감과 옐런 의장의 고압경제 언급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킨다. 또한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통화량이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도 물가를 상승시킨 요인이 됐다. 중국과 일본, 유럽도 공공지출 증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0.7~0.9%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의 구조조정 가속화로 아시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안정목표의 달성 가능성에 대해 경제주체가 인식하는 척도로 볼 수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은 앞으로 연준의 점진적 금리 인상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지속될 리플레이션 상황에서 원자재 투자 긍정적으로 보인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급격한 변동을 겪었던 외환시장에서도 이제 진정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급등했던 시장금리에 의해 원·달러 환율 역시 진정되는 모습이다. 대선 직후부터 최근 고점 수준까지 9거래일 간 약 50원의 상승이 발생해 1186.6원을 기록한 이후 이틀 동안 진정되고 있다.
통화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는 금리와 물가인데, 유동성함정 하에서는 통화량에 따른 금융시장 변수보다는 실물경제에서 결정되는 물가에 무게를 더 두는 것이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 향후 발생할 미국발 인플레이션은 달러강세를 진정시킬 것이고, 이에 따라 원화약세도 일단락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에 대한 우려는 최근 들어 제한적인 것이 확인된다. 트럼프 당선에 대한 충격이 완화되고 12월 미국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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