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말레이시아에서도 국가 수장의 비리에 대해 분노한 국민들의 시위가 19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시민단체 '베르시(BERSIH)'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시티센터(KLCC)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나집 라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KLCC 주변에는 물대포와 최루탄 발사기가 배치됐고 친정부 극우 성향 '붉은 셔츠'의 맞불 집회도 열렸지만,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베르시는 작년 8월 나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올해 7월 미국 법무부가 나집 총리의 측근들을 1MDB 부패 스캔들의 주범으로 지목하자 재차 집회를 준비해 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집회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전날 오후 베르시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마리아 친 압둘라 대표와 만딥 싱 총무를 연행했다.
베르시 측은 현재까지 17명의 시민활동가와 야당 정치인들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나집 총리 퇴진 운동을 이끌고 있는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총리는 "국민의 권리인 시위를 막으려 하는 현 정부의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9년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을 꾀한다는 명목으로 나집 총리가 설립한 국영펀드 1MBD(1 Malaysia Development Berhad)의 자금 수십 억달러를 유용한 혐의로 미국, 싱가포르,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집 총리가 빼돌린 자금만 최소 35억달러로 추정되며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분노가 촉발됐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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