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7일(현지시간) 미국·유럽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추가 통화완화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저금리 장기화에 익숙해진 채권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개월래 최고치인 1.87%까지 상승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17%로 0.09%포인트 올랐고 동일 만기 영국 국채금리는 0.13%포인트 급등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남유럽 국가들과 터키, 러시아 등 신흥국 채권 가격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채권시장 매도세를 촉발한 것은 영국의 성장률 선방이다. 이날 발표된 영국의 3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0.5%를 기록,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다.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 충격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란은행(BOE)의 금리인하 예측이 줄어들었고 영국 국채를 시작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채권 팔자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설이 힘을 받고 있는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 유지를 결정했다. 일본은행(BOJ) 역시 당분간 추가완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꾸준히 돈을 풀어온 중앙은행들이 주춤하고 있는 데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줄고 인플레이션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채권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금리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져 통상 채권 가격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각각 1.5%, 0.4%로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밑돌지만 상승세를 놓고 보면 2014년 이후 가장 빠르게 물가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JP모건의 벤 멘델 전략가는 "최근 채권시장 매도세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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