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규제는 8·25대책 범주"
삼성·현대차 악재에 경제 '빨간불'
부동산 식으면 경제성장률 악영향 우려한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근 부동산 버블 대책에 대한 청와대의 기조는 '8ㆍ25 대책 이외 추가적인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8월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이 하나둘씩 시행되기 시작한 만큼 이제는 약효를 기다려야 할 때라는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공급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대폭 줄이기로 결정한 것을 8ㆍ25대책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 분명 8ㆍ25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지만 청와대는 추가 대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보금자리론 축소는 정부의 8.25 대책 당시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계부채를 줄이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한다는 큰 측면에서 보면 그 방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 발표했을 당시 자료에는 들어있지 않았을 뿐,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큰 그림에는 이미 포함돼 있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신규 대책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청와대가 8월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 집착하는 것은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나올 경우 부동산시장을 위축시켜 유일하게 살아남은 부동산 경기마저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에서 건설투자의 기여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올해 2.8%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1.5∼1.6%는 건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같은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부동산 가격이 오른 지역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뿐"이라면서 "지방은 여전히 부동산 한파"라고 말했다. 부동산을 규제하는 카드를 추가로 꺼냈다가는 그나마 부동산이라는 경제의 불씨가 꺼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8ㆍ25 가계부채 대책에 분양권전매제한 같은 강력한 정책을 금융당국이 넣자고 주장했다가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건전성검사 결과를 밝히면서 "사업진행 상황, 지역별 주택시장 동향 등에 따라 집단 분쟁이 발생할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보증 공급 이후에도 정상 사업진행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하다"면서 "향후 입주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일부 부동산 버블을 인정하는 듯 하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하는 것은 제조업 등 실물경제가 맞은 위기와 중첩되며 부정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해운과 조선업 위기를 비롯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갤럭시 노트7 단종, 엔진 리콜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향후 경제흐름에 대한 우려는 매우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단종과 리콜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다는 기업 이미지 악화가 더 걱정"이라면서 "내년 이후 기업들의 활동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최근 강남권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정부의 자발적인 의지 보다는 부동산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에 밀린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청와대는 정부의 추가 대책 보다는 8ㆍ25 가계부채 대책 효과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이번달부터 가계부채 대책 일환으로 밝힌 집단대출 규제 이후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뒤집어보면 8ㆍ25대책 효과가 미미해 부동산 과열우려가 커지면 추가대책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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