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연출계 거장 헤닝 브록하우스, 도극한 무대 구성 선보여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금 주세페 베르디가 살아있다면 '라 트라비아타'를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상상하며 연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어떤 부분을 내적으로 건드릴 수 있느냐 이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리는 일은 연출가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1853년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베르디가 오페라로 선보인 이래로 '라 트라비아타'는 지금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가장 많이 상영되고 있는 작품이다. 연출가 헤닝 브록하우스(71)의 선택은 전통과 파격이다. 원작 소설과 베르디의 음악을 충실하게 재현하되 무대 위에는 거대한 거울과 화려한 그림을 배치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음 달 있을 그의 공연에 '더 뉴 웨이(The new way)'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다.
독일 플레텐베르크 출신인 브록하우스는 원래 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연주가로 이름을 날렸다. 1975년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연출가 조르지오 스트렐러(1921-1997)를 만나면서 연출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 그는 오페라가 "인생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로엔그린', '후궁에서의 도주', '돈 죠반니', '피가로의 결혼' 등을 연출했고, 1999년에는 이탈리아 아스콜리피체노의 벤티디오 바소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뛰어난 색채 감각과 함께 작은 소품 하나에서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세밀하게 계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록하우스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를 선보인 것은 1992년 때다. 독특한 무대장치와 화려한 장식으로 초연 당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공연이 시작되면,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무대 위에 가로 22미터, 세로 12미터의 거대한 거울이 45도로 비스듬히 세워져있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모습이 반사된 거울을 통해 두 개의 시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공연 역시 초연 당시의 무대와 의상, 소품 등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브록하우스는 1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거울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은 커튼 뒤에서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처럼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무대 위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수평적인 모습과 수직적인 모습을 동시에 비춰주는 효과도 있어서, 작품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끌어준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라 트라비아타'의 의미는 길 위에 버려진 여성이란 뜻이다. 주인공 '비올레타' 역시 인생에서 잘못된 방향을 선택했다"며 "이 작품은 엄청나게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베르디의 악보를 세세하게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1월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 알리다 베르티, 알프레도 역에는 테너 루치아노 간치가 맡았다. 제르몽 역은 세계적인 바리톤 카를로 구엘피가 연기한다. 지휘자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피가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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