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또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한은은 13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 6월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떨어진 후 4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한은의 운신폭이 좁아진 탓이다. 정부가 올들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주택공급 축소, 집단대출 소득확인 의무화 등의 대책을 내놓고 가계부채 죄기에 나섰지만 증가세는 되레 지난해를 앞지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득심사 사각지대에 있는 집단대출과 신용대출, 제 2금융권 대출까지 급증하고 있어 가계부채의 질은 더 나빠졌다. 실제로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4000억원으로 8월보다 6조1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나 늘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9월 평균 증가액 1조6000억원보다는 3.8배나 더 많은 규모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 예ㆍ적금담보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도 전달보다 8000억원이 늘어난 169조7000억원이나 됐다. 작년 9월엔 2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12월로 예고된 미국 금리인상도 한은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준이 9월 FOMC 성명서에 '기준금리 인상 여건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던 근거였던 셈이다. 예상대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은 빨라질 수 있다.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가계부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우려와 가시화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지면서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 굳히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한은이 재정여력과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까지도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금리를 내리면 내수나 소비ㆍ투자가 살아나야하는데, 지금은 (인하효과가)부동산에만 흘러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재정을 확장하고 중장기적으론 구조조정의 성공적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2시 최근의 물가안정목표운영상황에 대한 설명회도 연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 설명회는 한은이 물가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을 때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자리다.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9월까지 줄곧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 하한선인 1.5%를 하회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