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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선진국은 노동개혁, 그러나 지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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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선진국은 노동개혁, 그러나 지금 우리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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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15~29세 청년실업률은 올해 2월 12.5%를 기록한 이후 한 자리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세계 청년 고용과 사회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은 980만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실업 상태이고, 청년 실업률이 14.5%에 이를 것으로 보았으며, 2015년 한 해 동안 유럽연합 28개국 청년의 3분의 1 이상이 일자리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선진 각국들은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붓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올랑드 정부는 좌파정권이지만 국민의 반발과 전국 파업에도 헌법상 수상의 비상(非常)입법권까지 발동하며 주 35시간제 폐지 법안을 밀어붙였다. 누적된 프랑스의 청년실업난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경제의 반등을 기대할 만한 가시적 호재마저 찾지 못하면서 내린 불가피한 결단으로 보인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사실 프랑스와 비슷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성장은 둔화되고 청년 실업률은 고공행진 중이며, 일자리가 늘지 않고 정체 상태인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유럽 국가들의 노동법제 개혁 소식이 최근 많이 들려오는 이유도 노동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스페인은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엄격한 해고규제를 완화했고, 영국은 노동조합의 파업 요건을 강화했으며, 파업 시 파견근로자들의 대체 근로까지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나라별로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노동개혁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만큼은 완전히 일치한다. 이 나라들은 거센 사회 적 반발에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손에 잡히는 결실을 거둔 사례들이다.

노동시장 효율성이나 유연성보다 근로자 보호와 고용보장에 더 무게 중심을 뒀던 유럽의 선진국들이 과거와 사뭇 다른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작금의 현상을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보다 높은 국가경쟁력을 가진 선진국들이 사회구조변화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거듭된 시행착오와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해답이며,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이 분위기는 올해 초 스위스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주제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에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는 핵심과제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나라 밖 세계의 거대한 변화 물결과 무관한 듯 너무나 조용하다. 지난해까지 노동개혁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고, 정부와 정치권도 매일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당장 바꿀 것처럼 자신감에 차 있었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쟁쟁하던 목소리들은 메아리조차 들을 수 없다.


노동계의 일방적 대타협 파기와 총선 이후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의 한숨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산업화 초기의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만든 노동법제와 낡은 관행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노동개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유럽의 경제대국들도, 가까운 일본도 경제 활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 국가의 총력을 모으고 있다. 민간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하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보다 지금의 우리를 냉철하게 다시 보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 많은 목소리들이 노동개혁에 힘을 보태야 할 때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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