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7 번째로 맞는 비만예방의 날이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비만율은 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4%)에 크게 못 미친다. 그렇지만 아동이나 청소년은 다르다. 5~17세 아동·청소년의 과체중 및 비만율은 남아의 경우 26.4%로 OECD 평균(24.3%)을 웃돌고 있다. 성인 비만율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36위지만 아동·청소년의 과체중·비만율은 13위로 나타났다.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덜 움직이는 생활습관의 확산은 아동·청소년 비만율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치킨, 피자, 햄버거는 일상으로 먹는 간식거리가 됐다. 게다가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가만히 앉아서 게임과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낸다. 지난해 학생건강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 중 권고 기준인 '하루 60분 주5일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학생은 14.2%에 그친다. 여학생들은 그 비율이 4.9%에 불과하다. 20명 중 1명만이 권고 수준의 신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 비만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비만 아동은 성인이 된 후 고혈압과 당뇨, 대사증후군, 지방간 등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동비만은 21세기 공중보건에 관한 가장 심각한 도전 중의 하나이다", "아동비만은 인류를 괴롭히는 당뇨, 심장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만 아동은 또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운동 능력 저하 등으로 또래 집단 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고립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와 정부가 아동 청소년 비만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6학년인 박세준(가명) 군은 키는 153cm인데도 몸무게는 무려 성인과 같은 76kg나 나갔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32가 넘는 고도 비만으로 비만이 개선되지 않으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 군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은 부모는 보건복지부의 '국민공통식생활 지침'에 따라 아이의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박 군은 7개월 동안 키는 3cm 큰 반면 몸무게는 0.3kg 느는 데 그쳤다.
성장기 아이의 경우 살을 뺀다는 이유로 음식량을 무조건 줄여는서는 안 된다. 박 군의 엄마는 외식을 크게 줄였고 콩이나 두부, 등푸른 생선과 같은 단백질 위주의 '집밥'을 주로 먹여 좋은 결과를 얻은 것만 봐도 그렇지 않는가. 캐치볼 등 구기 운동을 하루에 1시간 이상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하게 했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하던 아이가 점차 재미를 느끼면서 스스로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복지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들은 수년 전부터 비만 예방 정책과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당류 섭취 줄이기, 고열량·저영양 식품 광고 제한,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 제작,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 및 중고교 체육수업 확대, 생활체육 지원 등이 그 대표일 것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아동·청소년의 비만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아동 청소년 비만 예방이라는 목표 하에 대한비만학회와 함께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비만 아동과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몫임을 잊지 말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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