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사·소속 연구기관 자체감사 전담직원 0.89% 불과
민병두 "인력 늘리고 직제도 일원화해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최근 사회를 뜨겁게 달군 '천황폐하 만세 삼창' 사건에 대해 정부가 진상을 파악하기까지는 꼬박 한 달이 넘게 걸렸다. 해당 발언자가 속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상급 기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의 의문 투성이 초동 대응 영향이 컸다.
특히 KEI는 아시아경제의 첫 보도 이후 '제식구 감싸기' '은폐'를 조직적으로 시도했다. 사건을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직원들의 진술 내용을 비위 행위자인 이정호 당시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에게 그대로 넘겨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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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식 밖 대응은 다른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우려가 있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인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책 연구기관별 자체 감사기구 편제 및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국책 연구기관들의 부실한 내부 감사 시스템이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8월 현재 경인사 및 소관 국책 연구기관 26곳 소속 직원 5595명 가운데 내부 감사 전담 인력은 50명(0.89%)에 불과하다. 감사 전담 직원 비율이 가장 낮은 기관은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으로 0.4%에 그친다. 각각 전체 직원 544명 중 2명, 254명 중 1명이다.
천황폐하 만세 삼창 사건에서 KEI 자체 진상조사단은 박광국 원장, 이희선 감사실장과 조용도 경인사 전략관리실장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바 있다. KEI와 경인사의 감사 전담자 비율은 각각 0.9%, 2.7%로 비교 대상 중 나름 상위권에 속해 있으나 천황폐하 만세 삼창 사건 감사는 수준 미달이었다.
국책 연구기관 감사 전담 직원들의 직책 또한 감사실장, 감사부장, 감사심사국장, 특임감사, 감사위원, 검사역, 윤리경영감사실장 등으로 제각각이라고 민병두 의원실은 지적했다. 기본 직제부터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감사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민 의원은 "천황폐하 만세 삼창 외에도 연구사업비 편법·부당 집행,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잇따른 비위 문제로 국책 연구기관의 내부감사 제도 활성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는 상황"이라며 "국책 연구기관에는 연간 국민 세금 1조원가량이 투입된다. 각 기관은 사명감과 책임의식 하에 감사 전담 인력을 늘리고 직제를 일원화해 비위 방지·적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기관별 자체 감사가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사 제도 보완과 규정 제·개정 등을 통해 실질적 감사 업무 수행을 위한 방안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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