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무명배우 연기, 경험치가 능력치

시계아이콘02분 0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영화 '럭키'서 킬러·기억 잃은 배우 연기한 유해진

무명배우 연기, 경험치가 능력치 유해진[사진=쇼박스 제공]
AD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널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살면 안 되지."

백수 청년을 훈계하는 아저씨. 직업은 킬러. 매사 철두철미하다. 기억을 잃고 취업한 분식집에서도 투철한 직업정신을 드러낸다. 단무지 하나도 꽃 모양으로 썰어 손님에게 감동을 안긴다. 이쯤 되면 훈수를 둘 만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영화 '럭키'의 주인공 형욱이다.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기억을 잃고 그보다 열세 살 어린 무명배우 재성(이준)의 삶을 산다. 재성이 이루지 못한 일들은 그가 손을 대면 술술 풀린다. 특히 단역으로 합류한 드라마에서 단숨에 주연을 꿰찬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형욱은 볼펜을 입에 물고 소리를 지르며 발음을 교정한다. 아무리 볼품없는 역할을 맡아도 기초체력을 다지고 인물을 분석하며 연기를 익힌다. 이런 모습을 키가 훤칠한 미남 배우가 그린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계벽 감독(45)은 유해진(46)을 택했다. 그가 배우로서 걸어온 길과 형욱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무명배우 연기, 경험치가 능력치 영화 '럭키' 스틸 컷


유해진을 5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카페 '슬로우파크'에서 만났다. 그는 "촬영하며 무명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특히 재성의 옥탑방 세트가 예전에 살던 곳 같았다"고 했다. 청주 청석고 2학년 때 기성 극단에 들어간 유해진은 연출가 오태석(76)의 극단 목화에서 황정민(46), 성지루(48) 등과 함께 활동했다. 스크린 데뷔는 '블랙잭(1997년)'의 트럭 운전사 역. 이후 '주유소 습격사건(1999년)', '간첩 리철진(1999년)', '신라의 달밤(2001년)', '공공의 적(2002년)' 등에서 거칠지만 우습고 정이 가는 인물들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벌이는 변변치 않았다. 친구나 후배의 집에 얹혀살며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버스 탈 돈으로 빵을 사먹었어요. 회기동에서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까지 걸어 다녔죠. 여름에는 늦은 저녁에 광장시장을 기웃거렸어요. 전을 싸게 팔거든요. 먹는 것만큼 내 공간도 절실했던 것 같아요. 언덕에 있는 공원에서 불빛이 켜진 집들을 볼 때마다 서글프게 중얼거렸죠. '이렇게 집들이 많은데 나 하나 누울 공간이 없나.'"


무명배우 연기, 경험치가 능력치 영화 '럭키' 스틸 컷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유해진은 '달마야, 서울 가자(2004년)', '공공의 적2(2005년)', '왕의 남자(2005년)', '타짜(2006년)' 등 많은 히트작에 출연하며 명성을 떨쳤다. 남부럽지 않은 보금자리를 장만하고도 주머니가 두둑했다. "'무사(2001년)'를 찍고 월세 집을 마련한 뒤로 점점 평수가 늘어났어요. 그래도 처음 가진 공간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볼품은 없었지만 정말 행복했거든요."


배우의 길을 한사코 만류하던 아버지 앞에서도 어깨를 폈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할 때부터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조그마한 방도 구해주지 않으면서 왜 앞길을 막으실까'하고 답답했는데, 드라마 '토지(2004년)'에 나온 뒤로 응원해주세요. 주위에서 아들을 많이들 알아보니까 흐뭇하신가 봐요."


무명배우 연기, 경험치가 능력치 영화 '럭키' 스틸 컷


유해진은 '이장과 군수(2007년)', '트럭(2007년)', '죽이고 싶은(2010년)' 등에서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작들은 물론 럭키 역시 그의 매력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린 탓에 재성의 이야기가 허술할 정도다. 코미디 장치도 유해진의 얼굴 생김새를 빗댄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그는 무명배우의 삶이나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 등에서 직접 세부적인 장치들을 설계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허구라고 표현마저 그렇게 하면 영화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요. 말장난에 가까운 애드리브보다 제 경험을 토대로 있을 법한 설정들을 몇 가지 제안했죠. 하도 상의를 많이 해서 영화 동아리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았어요."


대중은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온 그에게서 '참바다'나 '겨울이 아저씨'를 많이 떠올린다.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물고기를 낚고 뛸 듯이 기뻐하거나 돌돔을 잡겠다고 오기를 부리는 모습 등에서 털털하고 소박한 매력이 묻어났다. 나영석 프로듀서(40)는 "실생활에서도 페이소스나 인간적인 깊이를 뭉뚱그려서 웃음으로 표현하는 몇 안 되는 배우"라고 했다. 유해진은 이를 계기로 다양한 광고에 출연했다. 그러나 삼시세끼 덕에 이룬 성과라고 여기진 않는다. "완만하게 달려왔죠. 다만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어서 인기 폭은 넓어진 듯해요. 등산을 자주 하는데 어르신들까지 알아봐주시거든요."


무명배우 연기, 경험치가 능력치 영화 '럭키' 스틸 컷


주목하는 눈이 많아지면서 그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삼시세끼에서 보인 모습이 스크린에 투영될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연기를 준비하는데 이전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쓴다. "비슷한 이미지를 계속 소비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걸 이용하는 거죠. 차승원씨(46)와도 비슷한 대화를 많이 하는데 굳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는 듯해요. 돌아보면 부질없는 생각이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냥 친근하게 천천히 다가가고 싶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