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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여자傳⑨]지홍을 첩으로 삼은, 김좌근은 색광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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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당해 죽은 형을 본 뒤, 권력의 살벌함을 몸으로 느낀 그는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정조가 돌아간 뒤 순조를 30년간 보필하면서 ‘가문 권력’을 구축하게 된다. 김조순을 결정적으로 권력화했던 계기는 딸을 왕비(순정왕후)로 앉히면서 국구(國舅, 왕의 장인)가 된 일이다. 김조순의 개인적인 품성은 우유부단하다 할 만큼 온건했고 사람들에게 너그러웠다고 한다. 정적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었겠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지식인’으로서의 인격적 면모는 지니고 있었던 셈이다.

김조순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핵심으로 꼽혔던 맏이 김유근은 평안감사로 나갔다가 테러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다. 이후 후유증인지 실어증과 반신불수 상태가 오고 비참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사건은 그 집안에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얼마나 살벌하고 아슬아슬한 일인지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나머지 두 아들로 김원근과 김좌근이 있었는데, 둘 중에선 김좌근이 더 뛰어났던 듯 하다.


[나쁜여자傳⑨]지홍을 첩으로 삼은, 김좌근은 색광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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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인 김좌근은 아버지를 닮아 경서(經書)에 밝았고 문장도 뛰어났다. 그의 글솜씨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그가 쓴 ‘순조대왕 능비’이다.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일이 모두 의리에 맞으면 스스로 반성해봐도 항상 곧다’고 했다. 주자(周者)는 ‘본성대로 편안히 행하는 것을 성(聖)이라 하고 그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을 신(神)이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이른 바 대순(大順)이며 대화(大化)이다. 만백성이 새로워져 화평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도 구족(九族)을 친근하고 화목하게 한 데서 시작된 것인데야 말할 것이 무엇 있겠는가. 아, 왕은 이를 총괄하면서도 조목조목 관통했다.”


아무리 권력자라지만 이토록 중요한 글을 써낼 수 있다는 것은 문재와 학식이 받쳐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좌근을 오로지 부패하고 탐욕스러우며 어리석은 인물로만 치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인물을 단순화한 느낌이 있다. 지홍을 첩으로 앉히고 그녀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 그가 오로지 색정광이었기 때문일까. 김좌근의 넘치는 권력이 지홍에게 흘러들어간 것이라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가 순조비인 순정왕후와 함께 국사를 농단하게 되는 과정도 ‘권력의 집중’이라는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슬슬 들여다보자.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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