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취한 말들의 풍경 - 바른 사람이 있는데, 어찌 나라가 삐뚤어지겠느냐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누군가 이 말을 듣고는, '군자가 거지 되는데 딱 하루 걸린다'는 말로 풀이한 걸 보고 참 재치있다는 생각을 했다.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이 말은, 지금 막 페북 천장 배경으로 쓴 유우석의 '누실명'에도 나온다.
군자가 사는데,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 이런, 공자의 반문이다. 이걸 질문은 사람은 '아무개'로 이름이 밝혀져 있지 않다. 이 대답이 나오게 된 상황이 내겐 살짝 인상적이다.
공자가 세상의 예(禮)가 땅에 떨어진 걸 개탄하면서 차라리 '동이'의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공자가 숙종 때의 숙빈최씨를 알 턱이 없으니, 드라마 '동이'를 떠올리지 마시기를. 중국이 사방의 변방을 낮춰 가리키며 불렀던 것 중의 하나인 '동쪽 오랑캐'가 동이다. 중국의 동쪽엔 바로 '우리'가 산다. 공자가 가고 싶어했던 나라가, 우리 나라였단 얘기다. 그는 그냥 아무 개념 없이 오랑캐 나라 하나를 가리킨 것일까. 공자는 이곳을 '예'가 살아있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의 국가적 평판들이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공자가 동이의 나라로 가고싶다고 하자, 어떤 '개념'없는 분이 슬쩍 물었다. 그렇게 너저분한 나라를 가시려고 합니까? 그때 공자가 말한다. 나같은 군자가 사는데, 어찌 너저분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너무 셀프광고를 하신 말씀이긴 하지만, 동이가 어떤 나라였는지 상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용에서 말하는 '예'나 '덕'의 작동 프로그램은, 한 사람이 만 사람에게 모델이 되어 천하가 교화되는 형식이다. 공자 한 사람이 있으면 동이가 모두 예의지국이 될텐데, 너저분하다고 걱정을 하느냐?
우린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조직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시스템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주위와 경력과 출신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런데 그 생각의 반전이다. 사람이 환경을 만들고, 사람이 조직을 만들고, 사람이 시스템과 주위와 인생과 가문을 만든다. 이 생각, 옛날 고릿적 생각이지만, 멋지지 않은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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