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물고기 중에서 대가리만 엄청 크고 살점은 별로 없는 것들은 대개 어물전에 오르지 못하는 것들이었죠. 어부들은 그런 놈들이 걸리면 바로 바다로 내던져 버렸는데, 그래서 '물텀벙'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어부들이야 심드렁한 기분으로 놈들을 내던졌지만, 간택 당하지 않은 덕분에 살아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물텀벙들에게 그 "텀벙" 소리는 얼마나 신나는 소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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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다는 것이, 대개 힘 빠지고 서러운 특징이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 쓸모 없음 때문에 얻었던 복락이나 행운도 적지 않았던 듯 합니다. 저 물텀벙처럼 살아온 '나' 또한 돌아보면 이만큼이나 살 수 있었던 것이 못나고 쓸모 없는 구석이 버텨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아귀같은 것들도 모두 잡아들여 악착같이 아귀탕을 끓이고 그 국물끝까지 밥으로 볶고 비벼 싹싹 먹어버리니, 예전의 물텀벙 인생도 나릿님 뱃속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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